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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라 Sep 28. 2022

'N잡러'로 살기로 결심했지만

다재다능인가 재능 부족인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선언을 했을 때 한 친구가 말했었다.

"너는 그래도 다재다능하니까 여러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지. 나 같이 한 가지 일만 하기도 벅찬 사람은 쉽게 회사도 못 그만둬."

예전 같았으면 나의'다재다능함'에 우쭐해지면서, 

'그래. 나는 역시 평범한 삶은 살 수 없어'라고 혼자 너스레를 떨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의문이 든다.

나는 과연 다재다능한가? 오히려 한 가지 일에 특출 난 재능이 없어서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하는 건 아닌가?


한창 N 잡러 열풍이 불었을 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는, 결심하게 된다.

'그래. 한 가지로 정하지 못하면 다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조금씩, 넓게, 많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요즘 근황을 물어볼 때마다 항상 새로운 일을 도전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 도전들은 다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직업이라는 것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다.

하지만, 시도한 일들이 나의 생계를 책임져주지 않았다. 

한 가지 일의 직업으로 삼고 좋은 결과를 이루기도 힘든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여러 일들을 시도했으나 어느 곳 하나에도 소속되지 못한 느낌이었다.

A 일을 하는 곳에서는 나는 B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B 일을 하는 곳에서는 C 일을 , C일에서는 A, B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N잡러에 대한 집착은 사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 결과였다. 

만약, 한 가지에 올인했는데 실패로 돌아가고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그런 두려움과 걱정 말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하고도 그 과정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나처럼 '무언가'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욕망이 큰 사람에게는 말이다. 


이 때문에 나는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로 길을 나누어 한 가지의 길이 막힐 경우 언제나 다른 길을 다시 선택할 수 있게 삶을 설계하려고 했다. 예전에는 나에게는 많은 길이 있다 하며 뿌듯했을지 모르겠으나 최근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

계속 길의 초입에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정작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는 않은 것은 아닐까? 


이제는 한 길을 조금 더 오래 걸어 봐야 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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