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에서 30살 아니,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2023년 해가 바뀌었다.
이렇게 또 한 살을 먹는구나.
아니 근데 잠깐, 나이 진짜 먹은 거 맞는 건가?
정확히는 올해 '6월부터' 적용되는 일이지만 드디어 한국도 3개였던 나이가 하나로 통일된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만 나이를 공식적인 나이 표시법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이 의결되었다.
개정안의 통과로 법안이 시행되는 올해 6월부터 우리는 '최대 2살' 어려지게 된다고 한다.
분명 한 해가 바뀌며 앞자리가 바뀌었는데 6월이 되면 다시 20대로 돌아가게 된다.
먹은 나이를 다시 토하는 건가?
아니, 애초에 먹지 않았던 나이였던 건 아닐까?
한국은 생일 날짜와 상관없이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며 매년 1월 1일 1살씩 추가된다.
그래서 외국 갈 때는 한국식 나이라고 칭할 정도로 별도의 나이가 존재한다 느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보이고 이러한 숫자에 그 어느 곳보다 민감한 나라가 오히려 나이를 더 센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항상 생각했었다.
근데 사실, '숫자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나 또한 항상 가지고 있었던 문제였다.
나는 대학에 늦게 입학을 했는데 그 탓에 항상 주변에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이야 고작 2살 차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나는 항상 그들보다 언니, 누나였고 더 어른 같아야 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생각했었다. '나는 늦었다.'
출발부터 늦게 출발했다 생각했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조급했고 나이를 먹을 때마다 항상 더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2022년 나는 말 그대로 20대의 끝자락에 오게 되었다.
나도 내 나이가 맞나 의심이 되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낯선 나이였다.
그리고 3이라는 숫자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모아둔 돈도 별로 없었고 안정된 직장을 다닌 것도 아니었으며 매 해마다 새로운 일을 도전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침 우리 19*4년생들은 마침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 회귀라도 한 것처럼 또는 시간여행이라도 한 것처럼 다시 그 나이 또는 더 어려지게 되었다.
'한 살이 어려지든 두 살이 어려지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나는 똑같은 나인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또 어디 생각처럼 마음이 그대로 따라오는 게 쉬울까.
나는 꽤 '뒤를 잘 돌아보는 사람'이다.
즉,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다.
과거에 '내가 이랬다면' 또는 '이러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항상 1년 전 또는 2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다른 인물로의 회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지금의 만 나이가 나에게는'별것'으로 다가온다.
"12월 31일 한 해를 돌아보면서 아쉬운 것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내가 좀 더 운동을 열심히 했다면, 좀 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연락을 자주 했다면, 저축에 힘썼다면, 조금 더 열심히 도전했다면, 그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러나, 벌써 시간을 가버렸고 나는 또 한 살을 먹게 된다.
이러한 후회를 가지고 잠을 청하며 일어난 다음날 아침, 눈 떠보니 2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처럼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만 나이'가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고 2023년을 조금 더 힘을 내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2년 전으로 다시 돌아왔고 내가 후회했던 순간들을 다시 후회하지 않는 순간들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 다시 한번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