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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숨어있는, 괜찮은 오사카 숙소 찾기

2017.12 Alice가 직접 찾아낸 오사카 숙소(호텔/게스트하우스)

나는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 나름의 테마를 몇 가지로 설정했다. 그 테마를 모두 수행할 수는 없었지만(일시적 지갑 분실과 나의 길치력이 매우 뿜뿜이었기에...) 그 와중에 내가 구상한 괜찮은 숙소 찾아내기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나의 갑작스러운 오사카 일정이 짧았다는 것이 아쉬웠을 정도. 


 사람마다 여러 가지 여행 방법이 있겠지만, 자신이 고른 숙소를 중심으로 여행길을 펼치는 것도 꽤 신선한 방법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 맞아떨어져야겠지만. 골목길 탐방을 좋아하는 나는 번화가인 우메다보다는 오사카의 작은 골목길이 좋았다. 예상치 못한 꼬마 아이와의 인사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푸딩을 사려고 들렀던 편의점에서는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직원을 만나 즐겁게 지내기도 했다. 예상대로 딱딱 떨어지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즐거운 사람 또는 동물(?)과의 만남은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는 오사카 여행에서 숙소를 고르기 위한 원칙을 세웠다. 아직, (1)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숙소를 찾는 것. 그리고 (2)  숙소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2가지 원칙에 맞추어서 짧은 준비시간 동안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나는 숙소를 찾았다. 두 군데는 게스트하우스(호스텔)이었고, 한 군데는 호텔이었다. 그런데 그 호텔은 그냥 호텔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 




1. 게스트하우스에도 1천 엔으로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사실 노천탕을 제외하면 평범한 호스텔이었다. 공용공간이 넓고, 개인실부터 도미토리까지 구성되어있는 곳이었다. 개인실은 최대 2인까지 지낼 수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2인이 지내기에는 좁았다. 그냥 1인이 지내기에 딱 좋았다. 이 호스텔은 걸어서 5분 이내에 JR라인과 지하철역이 같이 있으므로 교통편이 편리했고, 걸어서 가까운 거리에 O river가 있으므로 산책하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내가 이 호스텔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노천탕 때문이었다.


노천탕이 인상적이었던 오사카 호스텔


모든 투숙객은 최소요금 1천 엔을 지급하면 프라이빗하게 노천탕을 이용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 오사카 여행에서 따뜻한 물과 차가운 공기를 동시에 느끼며 피로를 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아주 즐거웠다. 매우 넓은 공간은 아니었어도 나 혼자 노천탕을 즐기기에, 충분한 공간에 차가운 공기가 좋았다. 너무 추우면 뜨거운 물 안으로, 너무 더우면 차가운 공기 속으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나는 그 시간을 즐겼다. 바쁜 일정 아래 챙겨 듣지 못한 팟캐스트를 듣고자 핸드폰은 노천탕 나무 뚜껑 위에 올려두었다. 평범한 호스텔이 노천탕 하나만으로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호스텔을 통해 알게 되었다.

▶ Alice's Reveiw http://lovely-days.co.kr/2305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던 오사카의 게스트하우스의 공용거실

2. 현지 주택가에 둘러싸인, 정감 있는 호스텔

이 호스텔의 가장 큰 장점은 너른 공용 거실과 그곳을 지키는 친절한 주인이었다. 물론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오사카의 현지 골목길이 많아 관심을 가지고 걷기에도 좋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곳은 2017년 10월에 오픈한 곳이기 때문에 아직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입소문을 탈 수 있는 조건을 여럿 갖추었다. 대표적인 것은 교통편이 편리하고(지하철역까지 걸어서 3분) 각종 어매니티들이 꼼꼼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화장 솜과 웨이브 헤어스타일까지 만들어줄 둥근 봉 고데기까지 준비되어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으니 말이다. 


나는 이 호스텔에 있으면서 골목길을 걷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차가운 바람에 패딩 코트와 목도리 그리고 장갑으로 완전무장 한 나는 이 호스텔 주변의 골목길 탐방을 나섰다. 이곳은 완벽하게 현지인 주거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골목길이 많았다. (지하철역이 있으므로 골목길이 많아도 쉽게 길을 잃지 않는다.) 정말 작은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선 곳에서는 일본의 전형적인 간단한(?) 아침 메뉴를 판매하는 바쁜 카페 사장님을 만났고, 길을 걷다 발견한 발랄한 시바견의 애교를 잔뜩 감상할 수 있었다. 그 귀여운 시바견 덕분에 시바견 주인과도 함께 강아지를 주제로 (나도 반려견을 키우고 있으니 공통분모가 완벽했다. ^^)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보너스. 생각보다 가까웠던 O river까지 걸어서 아름다운 강의 모습과 고층빌딩이 빽빽한 저 너머의 스카이라인도 볼 수 있었다. 현대적인 모습과 오래된 골목길을 동시에 가진 이곳의 골목길은 나는 즐거웠다.



길을 걷다가 발견한 작은 일상들은 즐거운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 Alice's Review http://lovely-days.co.kr/2308



3. 골치 아픈 빈집은 여행자들의 안락한 공간인 호텔로 변신하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고령화 문제에 빈집 문제까지 겹치자, 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가 되었다. 이 와중에 좋은 해결책이 나타났다. 바로 빈집을 구매해서 적절한 리모델링을 거쳐 여행자들의 호텔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지구는 오사카의 니시쿠조 지구였다.

[관련 기사] 日 늘어가는 빈집을 호텔로 개조... 오사카 '민파쿠' 특별구역 선포  (조선비즈기사)

내가 예약했던 세카이 호텔의 츠키 내부 모습
어떤 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집 구조와 내부 인테리어가 달라진다. [좌]보탄 [우]모미지

그런데 이곳은 그냥 호텔이 아니었다. 기존의 빈집을 리모델링하되, 일본 가옥 구조는 그대로 살리고 현대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적절히 수정한 것. 그 덕분에 여행자들은 오사카에서 로컬 라이프를 엿볼 수 있고, 일본의 빈집 문제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세카이 호텔은 상업지구와 주택지구가 동시에 있으며 2정거장만 이동하면 USJ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 호텔은 니시쿠조 역 근처에 있다. 니시쿠조 역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 재팬(이하 USJ)을 들르는 이라면 무조건 거쳐야 하는 지역이다. 니시쿠조 역에서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 곳곳의 집들이 여행자들을 위한 호텔로 탈바꿈하였다. 이 덕분에 USJ에 방문할 여행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USJ와 가까운 곳에 숙박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꽤 편리해진 셈. (시즌별로 차이는 있지만 1박에 10만 원도 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니시쿠조 역 근처에 있으므로 조금만 걸으면 현지인 주택가이며 동시에 조금만 걸어 나가면 전형적인 역 근처의 발달한 상업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종 로컬 식당과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슈퍼와 편의점 등이 있어 나는 지내기에 무척 편리했다.

▶ Alice's Reveiw http://lovely-days.co.kr/2307



한국인들에게 많이/거의 알려지지 않은 숙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오사카는 해외여행 도시로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관련 기사), 웬만한 숙소는 한국에서도 모든 정보와 리뷰를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내가 찾아본 이 3가지의 숙소는 오사카 현지에서 오픈한 지 대체로 1년 미만이나 그 정도 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숙소마다 강점과 특징이 있었다. 


한국인들을 포함하여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는 오사카에서 이 외에도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영업을 시작하는 숙소들이 많지 않을까? 나는 다음 여행에서도 많은 시간을 또 할애해야겠지만, 아직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괜찮은 숙소를 찾고 묵어볼 예정이다.

 





About Alice

2010년 출장을 계기로 처음 해외로 나갔다. 그 이후로 지난 8년간 꾸준히 해외여행을 다니며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오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의 트렌드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그에 따른 고민과 함께 여행의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뻔~한 여행 루트가 아닌, 내 흥미와 결합하는 지점의 여행 루트를 만들고 기록하고 있다. (국내 블로그: Alice만의 여행루트해외 블로그: I am 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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