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즈 Oct 12. 2020

돈 모으고 싶으면 당장 정리부터

주식 운운하기 전에 내 돈이 얼마나 있나 정리해보자

빈직돈전(빈곤한 직장인 돈 모으기 작전)을 시작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추석 전에 추석 이후부터 들고 다닐 점심 도시락(냉동 도시락)과 다이어트를 위한 기타 등등의 냉동 식료품을 주문하고 잊어버렸다. 그저 추석이 끝나고 월요일. 집 앞으로 배달된 스티로폼 박스를 보고 ‘어? 생각보다 크네?’ 이정의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것들을 냉동실에 넣을 때 깨달았다. 냉동실은 그전에 쌓아 놓았던 음식들로 인해서 이미 가득한 상태이었다. 진짜 스스로의 멍청함에 대해 깨닫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진지하게 ‘이러고도 재테크하겠다고 했던 사람 맞냐!?’ 자책했다) 정말 냉동실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것들을 끄집어내어 겨우겨우 도시락과 다이어트 음식들을 넣었다. 


한바탕 뒤집어엎고 난 뒤 숨을 돌리는데 보이는 또 다른 스티로폼 택배 박스. 그건 내가 아무 생각 없이, 99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에 주문했던 빵이었다. 10개나 왔기 때문에 정말로 냉동 보관해야지만 오래 먹을 수 있지만, 냉동실은 이미 가득 찬 상태였다. (사진 인증샷 참고)


이렇게나 멍청할 수가!!!!




돈을 모으고 싶다면 정리부터 시작해라


자산관리사 유수진 님의 책 ‘부자 언니 10억 모으기’에는 먼저 해야 하는 것으로 자신이 가진 통장 정리와 주변 물건 정리를 할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 통장, 돈을 모두 정리해두고 언제든 그것들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돈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리를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 때는 바로 옷을 살 때이다. 사람의 취향이란 게 쉽게 변하지 않아서, 특정한 목표 스타일이나 아이템을 생각하고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면, (혹은 그렇게 다짐하고 가더라도)  우리는 매번 비슷한 옷을 집어 든다. 나 같은 경우는 옷장에 아이보리 니트만 4장쯤 걸려 있는 것 같다.(사실 구매하고 택도 떼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을 구경할 때면 무심코 또 아이보리 니트를 집어 들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만족스럽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니다. 매번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으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한 것을 집어 드는 것뿐이다. 


그런데 옷장이 ‘정리되어 있는 상태’라면 이럴 확률이 확연히 떨어진다. 지금 나에게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 4장이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옷장 정리를 했기 때문이다.(하고 반성했다) 비슷한 색끼리 혹은 스타일끼리 정리해두니 확실하게 떠오른다. 게다가 꼭 옷장 정리를 하다 보면 잊고 있던 아이템들도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이럴 땐 득템한 기분마저도 든다. 


이래서 옷이 되었든 음식이 되었든, 아니면 자신이 습관적으로 사 모으는 것들은 반드시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다. 꼼꼼하게 정리를 하고 나면 생각보다 안 사도 되는 물건이 많다. 물욕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정리가 필수다.




‘물건’만 정리하지 말고 ‘내 돈’도 정리해볼까


이제 주변의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였으니 ‘내 돈’을 정리해볼까 한다. 

의외로 나는 통장(만)부자인데 각각의 통장들을 관리하지 않은지 오래되어서 모바일 뱅킹은 커녕 온라인 뱅킹도 제대로 안돼서 얼마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통장들이 산더미다. 혹은 이름만 있는 통장들도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토스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결제 시스템들에도 충전식으로 남아있는 돈들이 많아서 이 돈까지 관리하려면 꽤나 끈기를 가져야 한다.


아래의 표는 실제로 내가 노션 어플을 이용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통장들과 적금 등을 정리한 모습이다. 그리고 각각의 페이지에 용도나 혹은 그곳에서 정기 결제되는 내용을 적어두었다. 


노션(Notion)을 이용하여 통장 목록을 정리해보자! (미사용 통장이 정말.... 어휴)


이렇게까지 정리되기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에 숨어있던 미사용 통장부터 어설프게 개설한 적금 통장 혹은 투자까지도 모두 확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내가 이렇게나 흘리고 살고 있었다니?!’라는 생각과 함께 새는 돈이 엄청 많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별거 아닌 돈들이 한 푼 두 푼 모이니 돈 10만 원을 가볍게 훌쩍 넘는다. 게다가 노션에는 아직 네이버 페이나 카카오 페이에 충전되어 있는 내용은 반영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기가 찰뿐이다.




이제 다음 단계는? 세상 간단한 통장 정리


이제 돈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이제부턴 통장 쪼개기를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다. 옛날에는 [4개의 통장]이라는 재테크 책이 유행하면서 너도 나도 4개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나는 유수진 자산관리사의 추천을 참고하기로 했다. 유수진 관리사는 월급통장 1개, 생활비 통장 1개, 그리고 CMA통장 1개를 개설하여 월급통장에서는 자동으로 생활비 통장으로 한 달치 생활비를 쪼개서 보낼 수 있도록 하고, CMA 통장은 생활비 통장에서 쓰고 남은 것들을 투자 자금으로 대기시키는 용도로 쓰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당장 마이너스 통장부터 갚아나가야 하는 사람. 그래서 위 사진을 보면 CMA 통장 칸에 일단은 마이너스 통장을 놓고, 추후에 마이너스 통장의 상황이 모두 끝나면 그때 CMA 통장을 개설하는 것으로 정했다. 못해도 내년 상반기(7월)까지 잘 절약한다면 충분히 마이너스 통장의 50%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다)


이렇게 하면 내가 신경  써야 하는 통장은 딱 2개가 된다. 신한은행 월급통장과 카카오뱅크 생활비 통장. 어차피 월급통장에서 남은 돈은 모두 마이너스를 갚는데 쓰일 예정이니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당분간은 꾸준히 절약하고 생활비를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재테크한다면서 정리만 해도 돼?


요즘 잘 챙겨보는 재테크 관련 유튜버 중에 ‘미니멀 호호양’이 있다. 이분의 이야기 중에 크게 공감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재테크를 하면서 불행해지지 않기’였다. 재테크를 맨 처음 시작했을 때, 조금이라도 할인해주는 곳, 혹은 이율이 좋은 곳 등을 찾아다니면서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는 이야기에 과거 멋모르고 재테크 운운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하면서 틈틈이 조금이라도 이율이 좋은 은행, 혜택이 좋은 체크카드를 찾아다니다가 정작 통장에 돈은 모으지도 못한 체로  질려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재테크를 하는 이유는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다. 그래서 남들은 다 하는 화려한 통장 쪼개기나 각종 주식, ESL, 펀드 이런 것도 좋지만, 나는 나대로 일단 정리부터 간단하지만 열심히 시작해보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처음으로 부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