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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Jan 08. 2019

뉴욕 Intelligentsia Coffee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두 번째 커피이야기. Part 4

인텔리젠시아 커피를 처음 맛 본 곳은 뉴욕이 아니었다.


바로 2016년에 갔던 시카고였는데, 그때 묵었던 Free Hand라는 호텔 1층 로비에 있던 카페가 인텔리젠시아였다. 시카고에 도착한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초가을 날이었다. 가져간 유심을 쓰려면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잡아서 연결을 해야 했는데, 공항 와이파이가 이상하게 잡히지 않았다. 우버를 부르려 했는데 휴대폰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공항 내 의자에 앉아 와이파이를 잡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타고 갔던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와이파이를 잘 쓰고 있는 걸 보고 더욱 당황스러웠던 기억. 뭔가 내 폰의 문제였던 것 같았다. 그냥 택시를 잡자니 시카고는 처음이라 왠지 바가지 쓸 것도 같고, 혼자여서 약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공항을 나가려고 하던 차에 한인 택시 하는 분을 만났다. 이런 경우는 한인 택시가 나은 경우가 있어서 택시비를 문의한 다음 택시를 탔다. 한인 택시 기사님은 친절했고, 보통 뉴욕에서 한인 택시를 타보면 아르바이트 식으로 시간이 남을 때 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분은 전업 기사님 같았다. 그런데 혼자 여행 왔다고 하니, 관광할 때 택시 타고 다니려면 부르라고 하고는 (그럴 계획은 없었지만 그냥 ‘아.. 네’라고 대답했더니) 식사라도 하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내심 기분이 나빴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나 싶었던 순간.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고 나면 매우 기분이 상하곤 한다.


나름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도착했는데 체크인 시간이 남았다. 체크인 시간을 기다리면서 1층 로비 인텔리젠시아에서 간단히 점심으로 커피와 아보카도 토스트를 시켜 먹었다. 아보카도 토스트도 맛있었지만, 그보다는 커피 맛이 너무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산미가 거의 없는 고소한 맛! 캬~~ 조용한 로비에서 나도 모르게 작은 감탄사가 나오는 맛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취향저격의 라테를 마시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감탄사가 있는데, 마치 남들이 소주를 마실 때의 감탄사와 같다는 평을 듣곤 한다.)


시카고 프리핸드 호텔 1층의 인텔리젠시아 커피(호텔 로비인데 매우 어두웠다). 맛났던 라테와 아보카도 토스트!


이미 샛길로 빠져 시카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더욱 샛길로 빠져서 시카고의 숙소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 한다. 시카고에 간다면 Free Hand 호텔을 추천한다. 호텔비가 비싼 시카고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묵을 수 있고, 인테리어가 매우 감각적이다.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MJ언니의 추천을 듣고 예약한 곳이었다. 물론 단독 룸도 있지만, 4인 셰어 룸(여성용 있음)도 있는데, 룸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당시 1박에 1인당 90불 정도였는데, 사실 방 하나와 욕실을 4명이서 셰어 하는 비용으로는 싼 건 아니지만 호텔급의 시설을 셰어 룸 형태로 쓸 수 있는 독특함이 좋았고 비용도 적당해서 선택했다. 그동안 이런 2층 침대가 있는 도미토리 형식의 룸에서 묵어본 적은 없었는데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제 2층 침대가 아니고, 두꺼운 나무로 된 2층 침대라서 자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침대마다 작은 조명이 있었고, 콘센트와 작은 선반도 있어 편리했다. 개인 락커도 있었다. 욕실도 청결했던 건 기본이고, 인테리어도 좋았다. 예쁜 청록색 타일로 되어 있던 기억! 물론 룸을 같이 쓸 경우는 잘 때 귀마개는 필수 아이템으로 챙겨야 한다!


같이 방을 썼던 여자애들은 호주애 2명에 한 명은 미국애였는데, 다들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다 보니 서로 얼굴 볼 일도 거의 없었고, 내가 늦게 나가는 편이다 보니 나만큼 늦게 나가는 애들의 경우 잠깐 인사할 기회가 있었다. 하루는 전날 호주 여자애들 중 한 명이 클럽에 갔다가 늦게 들어와서 늦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다. 화장도 지우지 않고 머리도 산발이었던 아이는 간단히 인사를 하고 욕실에 들어갔는데, 가서 씻고 나오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그 날 내가 뉴욕으로 다시 출발하는 날이어서, 가지고 있던 시트팩을 두 장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던 모습. K-beauty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다시 커피 이야기를 하자면, 인텔리젠시아는 시카고에 대한 추억을 완성해 준 커피이기도 하다. 시카고에 있는 동안에는 시내 곳곳에 있는 인텔리젠시아만 찾아서 거기 커피만 마셨는데, 항상 만족스러웠다. 역시나 찐~~ 하고 바디감 가득하면서 너무너무 고소한 맛이다.


시카고 올드타운에 있던 인텔리젠시아 커피. 선물받은 책을 들고 가서 읽으며 커피를 마셨다. 사법연수원 시절 법원시보할 때 지도해주신 유영근 부장판사님께서 쓰신 책. 강추한다!


뉴욕 매장은 하이라인 호텔 1층에 있는데, 맨해튼 관광에서 첼시와 하이라인 파크를 빼놓기 어려우니 그쪽으로 코스를 잡았다면 반드시 들러서 맛볼 가치가 있다. 물론 커피 마니아라면 꼭 일부러라도 들러볼 것! 카페 바깥 풍경과 내부도 멋지니깐!


뉴욕 하이라인 호텔에 있는 인텔리젠시아 커피 외관! 너무 예쁘다! 18년 12월의 따끈따근한 사진(미래의 피디님 헤이제이 제공!)
1. 2. 내부 사진 3. 아메리카노와 차이티라테

● 첼시 매장: 180 10th Ave, New York, NY 10011


국내 카페 중에도 인텔리젠시아 원두를 사다가 하는 곳도 있었는데, 강남역에서 우연히 BAUM이란 카페를 알고 좋아했지만 얼마 뒤 문을 닫아 아쉬움이 컸다. 찾아보니 이스팀 커피에서 인텔리젠시아 원두로 만든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데, 판교 현대백화점에 매장이 있는 걸 발견! 조만간 찾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으로도 인텔리젠시아의 원두를 구입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 신선한 원두로 커피맛을 보는 것은 정말 다르니까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뉴욕의 우유맛이 일품이므로..!


국내에서 내 입맛에 딱 맞는 곳은 라 콜롬브를 제외하면, 코엑스에 있는 ‘이코복스’다. 역시 코엑스에 있는 테라로사 라테도 맛있지만, 이코복스는 따뜻한 라테와 아이스 라테 모두 엄지척! 코엑스에 가게 되면 반드시 들러서 마시는 곳이다. 이코복스도 가로수길 매장 보다는 개인적으로 코엑스 매장이 더 맛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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