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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Mar 20. 2019

뉴욕 Blue Bottle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두 번째 커피이야기. Part 5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유명한 커피 브랜드이다. 블루 보틀의 상징인, 말 그대로 파란색 병 그림은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어디서 본 적이 있을 것 같다! 일본에는 이미 들어와 있고, 우리나라에는 2018년 봄에 들어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좀 늦어져서 올해 성수동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핫 플레이스가 된 지 좀 된 성수동이지만 정말 성수동에 가면 브루클린 느낌이 나긴 해서(물론 어두울 때만. 밝으면 간판 때문에 그 느낌이 아닐 수밖에?!) 블루 보틀이랑 어울린다고는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테헤란로에 생겼으면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트위터와 우버 본사 근처에 있던 블루보틀의 느낌이라면 테헤란로도 어울릴 것 같아서! 이렇게 블루 보틀의 국내 도입이 확정되었구나 싶었던 건 링크드인 사이트에 관련 바리스타 채용공고가 뜨면서부터였는데, 덩달아 세포라도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던 기억.

왼쪽: (샌프란시스코) 블루보틀 매장. 밖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   오른쪽: (샌프란시스코) 스탠포드 대학교 가는 기차역에 있던 마트에서 득템한 기쁨의 순간

처음 블루 보틀에 가려고 했던(?) 때는 2015년 1월 사법연수원 기관 연수 때였는데,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발걸음을 서둘러 록펠러센터에 있는 블루 보틀로 갔다. 그런데 아뿔싸. 문이 닫혀 있고 불도 이미 꺼져 있었다. 그때가 아마 저녁 7시 20분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말이다. 처음 미국행이다 보니 밤늦게까지 하는 우리나라 카페만 생각하고, 뉴욕의 카페들이 일찍 문을 닫는다는 걸 전혀 몰랐다. 스타벅스는 좀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데, 그 외에는 거의 7시에 문을 닫는다. 찾아가기 전 항상 클로징 타임을 구글맵상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는 교훈을 얻은 때였다.


결국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두 손을 유리문에 대고 어두운 매장을 들여다보았지만, 보이는 건 큰 블루 보틀의 로고뿐. 몇 분 서성이다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지하에서 올라와서 록펠러센터 로비로 나오다 ‘이제 어디 가지?’하면서 힘이 쫙 빠졌다. 여행을 하며 중간중간에 마시는 라테 한잔은 휴식과 함께 기쁨을 주는 존재인데 말이다. 말 그대로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로비에서 부끄러움도 잊은 채 쭈그려 앉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때는 바닥에 철퍼덕 앉는 건 익숙하지 않았다. 빨리 뉴요커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건 따라 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쭈그려 앉아 잠시 쉬고 있은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시큐리티 아저씨가  ‘무슨 일 있어?'라고 물으며 친절히 다가왔다. 로비에 쭈그려 앉은 지 5분도 안되었는데, 갑자기 다가오는 걸 보니 '음. 우리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나’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하지만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 아저씨는 우리가 길을 잃었던 것으로 생각해서 도와주려고 했던 것 같았다. 난 ‘별일 아니고, 피곤해서! 블루 보틀이 문을 닫았어. 이 근처에 스타벅스 어딨는지 알려줄 수 있어?’라고 답하였는데, 아저씨는 스타벅스 위치를 알려주고는,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어.’라고 하니, ‘아 거기 일본 옆이지?’라고 했다. 벌써 4년 전인데 이 대화는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왜일까. 블루 보틀 방문이 실패로 돌아간 탓도 하지만, 이 짧은 대화 때문인 것도 같다. 그때 나는 웃으며 ‘맞아. 일본 옆이지.’라고 답했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는 대화를 끝내고 그나마 열려 있는 스타벅스 커피라도 마시기 위해,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스타벅스로 갔다. 개인적으로는, 스타벅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여행 다닐 때는 스타벅스를 아주 멀리하는 편이긴 한데, 급하게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경우, 그리고 텀블러나 You Are Here. 머그 시리즈를 구입할 때만 가는 편이다.


결국 바쁜 일정 탓에 첫 뉴욕행에서는 블루보틀 커피를 마셔보질 못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때는 ‘언제 또 뉴욕에 와봐?’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무래도 그때 기준으로 1년 후에 사법연수원 생활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길게 여행 다니기 어려우니까. 그때만 해도 불과 8개월 후, 가을에 뉴욕에 다시 갈 줄 꿈에도 몰랐다. 이래서 ‘사람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지금도 문득 든다. 좀 과장을 보태면, 첫 뉴욕행에서 이루지 못한 커피 투어의 아쉬움 때문인지, 기관 연수 2주의 일정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뉴욕에서 인턴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첫 뉴욕행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 해 가을에 다시 찾은 뉴욕에서 인턴생활을 하며 마음껏 블루보틀 커피를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앞선 글에 담았던 멋진 카페들을 다니느라 사실 생각보다는 많이 가진 않았지만.

제일 애정했던 매장. 모두 뉴욕 첼시 매장 내부 모습. 메뉴판 사진은 흔들렸지만.

블루 보틀은 맨해튼에 약 8개 정도 매장이 있고, 브루클린과 윌리엄스버그 쪽에 2개 정도 더 있다. 사실 맨해튼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구글맵으로 검색해서 가장 가까운 매장을 가는 것이 편하다. 다만, 여러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나랑 딱 맞는 매장이 있긴 하다. 바리스타에 따라 맛이 또 다른 느낌. 비교적 맛이 균일하긴 하지만 왠지 더 맛있는 매장이 있기는 하다.


당시에 내가 주로 갔던 매장은 브라이언 파크 근처와 첼시 근처 매장인데, 첼시 매장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사실 앉을 곳도 많이 없고 서서 마셔야 하는데도, 근처에 갤러리도 많고 첼시와 미트패킹 스트릿의 감성을 함께 느끼며 마실 수 있어 그런 것 같다. 사진을 찾아보니 죄다 첼시 매장..


인턴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출국하던 날도 갔던 곳이 첼시 매장이었다. 그 날은 하필 좋아하는 브랜드 쟈딕 앤 볼테르의 샘플세일이 열렸던 날이라 유엔본부 인턴이었던 징징과 함께 쇼핑을 하고 점심을 먹었는데, 밤 비행기라서 여유 있게 오후에는 MJ언니와 첼시 쪽에서 시간을 보냈다.

파란 봉지는.. 쟈딕 앤 볼테르 샘플세일에서 받은 쇼핑백..파란 봉지는 너무 마트스러웠다.
2015년 12월 초 인턴생활을 끝내고,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


2016년 가을에.

또 한 곳은 브라이언 파크 앞 매장! 블루 보틀에서 커피를 사서 브라이언 파크 내 회전목마를 보며 테이블에서 앉아 마시는 것도 정말 좋다. 두 곳을 특히 추천한다. 뉴욕 갬성?!! 을 느껴보기 좋다.


블루보틀의 커피맛은 역시 진한 맛!! 첨엔 내 입맛에 너무 진했지만 지금은 딱 좋은 정도고 신맛도 강하지 않아서 좋아한다. 처음엔 감탄하며 마셨지만 지금은 워낙 맛있는 커피 브랜드들이 많아서, 블루 보틀에 대한 나의 애정은 처음보다는 사실 약간 시들해졌다. 그래도 워낙 맛있는 커피 중 하나이고, 처음 미국 커피에 길들여지게 된 계기가 되었던 곳이라 추억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 록펠러 매장: 1 Rockefeller Plaza Concourse Level Suite D, New York

● 브라이언 파크 매장: 54 W 40th St, New York

● 첼시 매장: 450 W 15th St, New York


*그리고 블루 보틀이 아직은 우리나라에 오픈을 하지는 않았지만, 블루 보틀 원두를 수입해서 내려주는(핸드드립) 곳이 있긴 하다. 연남동에 있는 카페 ‘브룩스 힐 커피 앤 티’이다. 블루 보틀 원두로 내린 메뉴는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널찍한 잔디밭에 야외 테이블도 있고(은근 이국적이고 좋았다) 커피를 시키면 맛있는 초콜릿과 함께 나온다. 개인적으로 특히 비 오는 날 가서 빗소리 들으며 커피 한잔 시켜놓고 독서하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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