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화석이 된 우표, 그리고 우체통

흔적은 아름답다. 하지만 슬프다.

by Alienwitch
흔적은 이미 없다는 뜻일까?


플로피 디스크와 우표, 이 둘의 공통점은 뭘까? 2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 두 물건은 아이콘으로 사용된다. '저장'을 뜻하는 아이콘은 플로피 디스크, '우편' 또는 '편지'를 뜻하는 아이콘은 우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이들 둘 다 현재는 사용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언제 부터인가 우표와 우체통은 기능을 잃고 상징만 남기게 되었다. 마치 꼬리뼈와 같은 흔적 기관처럼 말이다. 길을 걷다 보면 커다란 공룡 발자국처럼 육중한 우체통이 간간히 붉은색의 경계색을 띄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하지만 우편물 수거를 위한 보관 기능을 수행할 기회가 없는 이정표다. 심지어는 몰지각한 사람들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과연 우체통과 우표는 공룡처럼 멸종하는 것일까? 아님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있는 것일까?


잃어버린 게 아니라 버린 걸 지도 모른다


어느 특정한 시대에 사람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물건은 사람을 닮기도 하고 시대를 닮기도 한다. 난 우표를 보면, 또 우체통을 보면 내 어린 시절과 그때의 삶을 닮은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어쩌면 현재의 우체통과 우표는 더 이상 닮을 대상을 찾지 못해 사라지기로 결심했는지도......


마들렌과 홍차에서 어릴 적 잃어버린 기억의 문을 연 어느 소설 속 주인공처럼 나도 우표를 보며 시간의 불투명함을 걷어내고 기억을 찾으려고 애를 써본다. 그래서 그 시간 속의 그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내와 얼마나 닮아 있었는지도 말이다.


IMG_20161002_131445.jpg 홍차와 마들렌으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 담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