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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Jan 20. 2022

 70장의 이력서, 35장의 자기소개서

영국에서 첫 잡(job)을 얻기까지의 이야기


영국 워킹홀리데이? 대단하다! 살기 힘들지 않았어?

영국 워홀을 다녀왔다고 밝히면 흔히 듣는 이야기 중 하나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진심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어떻게 알았어? 진짜 개 힘들었어!

타지 생활의 힘듦이야 아는 사람도 많겠지만 오늘은 구직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요령이 생긴 후에는 그나마 수월했지만 아직도 처음으로 구직을 시작했을 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항상 안개가 껴있어 축축하고 서늘한 겨울의 본머스를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다녔다. 70장이 넘는 CV를 직접 손으로 돌렸고 35장이 넘는 Cover Letter를 동봉했다. (이메일까지 합치면 100장은 되지 않을까 싶다)


본머스: 잉글랜드 남부 도싯주에 위치한 해안도시. 영국에서 몇 안 되는 모래해수욕장을 보유하고 있어 여름이 되면 영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인다. 퀸즈 잉글리시를 사용하고 보통 어학연수나 워홀로 많이 찾는 곳 중 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축구팀으로 많이 알고 있다.

영국에서는 resume[레쥬메;이력서] 보다는 CV[curriculum vitae]를 더 많이 쓴다.

Cover Letter: 자기소개서




2016년까지만 해도 본머스 같은 소도시의 크고 작은 개인 사업장들은 프린트한 CV를 선호했다. 물론 H&M이나 Wetherspoons 같은 대기업들은 인터넷으로 받았지만 다수의 가게들, 심지어 스타벅스마저도 직접 가게에 찾아가 CV를 핸드인(Hand in;제출)해야 했다. 물론 영국에도 알바몬 같은 사이트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사업자들은 귀찮아 했던 것 같다. 구인공고마저도 정말 심플했으니까.


파트타임 직원 구함 / 괜찮은 페이 / 시간변동 가능 / 카운터에서 이력서 주고가요


파트타임 판매직원 구함 / 일주일에 2-3일 근무 / 전화나 이메일 주세요


이런 공고를 아무 종이에 대충 쓱쓱 쓰고 가게 유리창이나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슈퍼 등에 붙여놓는다. 그럼 나 같은 한국인 워홀러들은 어떻게 하느냐. 대부분의 워홀러들은 스타벅스를 많이 간다. 세계적인 체인점인데다 영국 어디를 가도 웬만하면 스타벅스는 있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도 브런치만 옮기면 수입이 끊기지 않는다. 일을 새로 배울 필요도 없고 외국인들과 함께 일을 하며 영어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가 딸리거나 인터넷으로 취직이 실패한 경우 한인잡을 얻는다. 가장 많이 일하는 곳은 역시 한식 레스토랑과 슈퍼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했는가. 나는 편한 길이 싫었고 영국인처럼 일을 구하고 영어를 많이 쓰며 일을 하고 싶었다. 한인잡은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고 스타벅스는… 떨어져서 못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련했던 것 같지만 나는 본머스 곳곳을 걸어 다니며 가게가 있는 곳은 모두 들렀다. 한국에서 가져온 돈은 떨어져가고 버스비는 너무 비쌌기 때문에 하루에 평균 6시간을 걸어 다니며 모든 가게의 유리창을 살펴보고 CV를 뿌렸다. 나중에는 연락이 하도 안 와서 공고가 안 붙어 있어도 일단 들어가서 주고 봤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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