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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만송이 Sep 14. 2023

아파트가 아니어도 괜찮아

<책리뷰 - 북촌 북촌 서촌>







매일 부동산이 들썩들썩한다. 

올랐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기사가 날 때마다 

벼락 거지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과 망했다고 좌절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언제부터 이렇게 우리는 부동산을 단순히 투자의 목적으로만 바라보게 되었을까?

단연코 최강자는 아파트일 것이다.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주택보다는 아파트를 

단순히 살기 편한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너무 쉽게 주거 형태를 고른 것이 아닐까?




이 책은 한옥과 그리고 낮은 건물 사이에서 보이는 창덕궁의 풍경 

가장 가깝게 보이는 하늘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놓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이 책은 세 명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에세이집이며 사진첩이다. 북촌 예찬론자들의 북촌을 소개하는 글이기도 하다. 나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북촌에 대한 환상을, 서울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다녀왔을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북촌 빌라 커플 - 조성현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 아파트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내 집 찾기를 하기 위해 영끌해서 모을 수 있는 돈과 대출금을 합쳐 엑셀파일에 갈 수 있는 동네의 아파트들을 나열했다. 그러고 도장 깨듯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모두 비슷한 모양과 모두 비슷한 형태의 삶을 지닌 아파트는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솔직히 그 가운데 어떤 것이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파트 찾기에 열을 올리고 서서히 지쳐 갈 때쯤. 우연한 기회에 혜화동을 가게 된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들이 원하는 집은 아파트가 아니었다. 원서동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이쯤이면 운명이다.



투자 면에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그 동네가 그들의 마음에 들어온 순간 아파트가 있던 엑셀 시트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원서동 다세대 주택을 손수 고친다. 벽지를 뜯어내고 바닥을 고치고 망가진 수전을 고치며 자신들만의 집을 꾸몄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 간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비록 주말엔 사람들이 바글 하고 주차도 엉망이며 그 흔한 마트 하나 제대로 없지만 하늘이 바로 보이는 이곳은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여기 사는 건 컨버터블 자동차를 타는 것과 비슷한 거야. 
컨버터블 자동차는 신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선 불편하잖아? 
그래도 컨버터블을 사는 사람들은 있고 
어쩌면 우리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북촌 14년 - 윤화진



어릴 적 같은 직장 소속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택'에서 자란 저자는 공동체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모두 함께 놀았고 모두 함께 지냈다. 힘든 일은 부탁하기 좋았고 어려운 일은 나눠서 하기도 했다. 유연한 공동육아에서 모두 함께 보살피고 돌봐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자랐다. 그런 그녀가 아파트와 같이 삭막한 곳보다 마당을 가진 한옥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계동에 있는 수납공간이 없는 작은 한옥 건물은 두 아이에게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5살 첫째는 새로운 유치원에 적응하고 마당에서 놀기도 하며 바쁘게 지냈다. 마당에 심어놓은 꽃들을 지금까지도 기억한다는 저자의 아이는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사랑하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살 고 싶은지 가치관이 뚜렷하다고 한다. 그 어릴 적 마당놀이가 아이에게 엄청난 무기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사한 곳은 소격동 다세대 주택이었다. 주인 할머니가 2층에 거주했고 3,4층을 쓰게 된 저자는 옥상에서 더 많은 화분과 여름에는 어린이 풀장을 개장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리고 이곳에서 아이들이 더 자라도 되겠다고 느꼈던 그 시점에 원서동 빌라에 집을 사게 된다. 오래된 집이었지만 창경궁 뜰이 보이는 전망 하나는 기가 막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지금도 그곳에서 불편한 점 열 가지라도 엄청난 풍경에 만족해하며 살고 있다. 지금은 시어머님, 친정 부모님, 친정 오빠 가족, 시누이 가족이 차례로 한동네 여기저기 모여 살게 되었다는 그곳. 북촌은 멋진 곳이었다.






관광지인 북촌에 산다는 건 
주말에 집에서 입던 목 늘어난 티셔츠 바람으로 
고무장갑을 사러 나섰다가 
인파 속에서 데이트 나온 회사 신입사원 커플을 만나게 되는 뭐 그런 것.






북촌 / 서촌 N 연차 - 심혜경



도서관 사서로 30년을 보내는 동안 북촌의 정독도서관에 근무할 기회가 왔다. 직장인으로 북촌을 살펴보다가 이사는 서촌으로 갔다. 수성동 계곡 공원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40평대를 버려두고 20평대 오래된 빌라촌을 찾게 된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오다 보니 몽땅 버리고 나눠주고 결국 미니멀라이프를 하게 된 저자는 서촌과 북촌의 곳곳을 다니고 갈 만한 곳들을 추 전해준다.





서촌이라는 번역할 수 없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면 
대책 없이 '낭만'을 논하고 싶어진다



북촌에 가고 싶다(나의 생각)



결혼하기 전에는 자주 서울에 갔던 것 같은데 일에 치이다 보니 서울에 갈 일이 잘 없다. 가더라도 볼일만 보고 후딱 내려오거나 아주 가까운 지인과 커피 한 잔 정도밖에 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 창덕궁도 가보고 경복궁도 가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0년도 더 된 옛날이니 기억이 날 리가.



대학교 때 가장 친한 친구가 서울에서 주택에 살고 있다. 위치도 저 근처 어디쯤일 거다. 종로를 사랑하는 그 친구는 나에게 몇 번이나 인사동부터 종로 어디까지 걸어서 다 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지만 서울에 살지 않은 나는 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만 했던 곳이다.




북촌은 유명하다. 관광지만큼 주말이면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주차할 곳도 없지만 각종 문화재 지역으로 선정이 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나왔다. 시작은 전세권 선생의 일제 강점기 민족 운동에 기여하면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근대화된 일본식 주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청계천을 저지선으로 삼아 도시형 한옥을 공급하는 산업을 벌였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근대 도시 문화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게 된 것이 지금의 북촌이다.




건축과 역사는 역시 때 놓을 수 없다. 그렇게 지어진 한옥과 나중에 지어진 빌라들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그곳은 다양한 주거형태가 있다. 그곳만큼은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들이어서 그만큼의 시간이 묻어나지만 그런 곳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저자 3명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 것이다. 불편한 걸 알지만 낮은 건물에서 주는 아늑함과 서울 시내에서 보기 힘든 풍경을 지닌 그 동네를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은 이렇게!! 막 이런 책을 읽다가 가볍게 읽으려고 본 책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아이들에게 지금 우리의 집은 어떻게 기억이 될까?

아이의 가치관을 정립시켜 준 집이라면 저런 동네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래서 어릴 때의 기억이 중요한가 보다.



다양한 주거형태가 있다는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다. 학군도 중요하고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우리 가족이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이 있는 곳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답이 정해져 있는 사회이긴 하지만 오답은 없으니까. 

맞는다고 생각되는 것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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