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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만송이 Oct 22. 2023

<간병일지> 평범했던 어느 날이었다.


보통과 같은 날이었다.

금요일이라 저녁 외식을 했고 같이 사는 시어님께 두 시간만 아이들에게 부탁을 하고 

남편과 함께 집 근처 작은 술집에서 하이볼과 맥주를 마셨다.


LP가 잔뜩 있는 곳이어서 신청곡을 써내면 틀어주는 곳이라 꽤 좋은 스피커가 있었다.

스피커가 얼마짜리니 턴테이블이 얼마짜리니 하며 눈을 반짝이며 신랑은 설명을 했고 

언제나처럼 이사 가고 싶은 집을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다음 날 숙취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나 역시 하이볼로 숙취가 있던 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점심때가 지나고 결국 진통제를 하나 먹고 아이들과 약속했던 경주나들이를 갔다.


가을에 접어들며 불국사의 나무들 색은 변해갔고 

첨성대의 해바라기는 활짝 폈으며 

핑크뮬리는 핑크색을 자랑했다.






계속 두통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운전도 했고 저녁도 먹었으며 차도 마셨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5살 둘째를 어깨에 올리고 꽃들을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집에 와서 또 한 번의 진통제를 먹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부터 진통제를 찾더니 소파에 누워 시름시름 앓았다.

일요일이라 병원 갈 생각은 못하고 월요일에 병원을 가보자며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억 소리와 함께 쿵 소리가 났다.

이미 정신을 잃은 남편은 거실에 쓰러져 있었고 

아이들은 놀랐으며 나는 고함을 질렀고 어머님은 119에 전화를 했다.


그렇게 척추동맥박리에 따른 지주막하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응급시술에 들어갔으며 지금 그는 병원에 누워있다.


두통이 왔을 때 응급실에 갔으면 괜찮았을까?

여전히 의문이긴 하다.

대낮에 집에서 쓰러진 것은 정말 천운이었지만 

이렇게 실려오는 사람 70%는 죽어서 온다는 무서운 말을 의사에게 들었지만 

아직도 믿어지지는 않는다.


아직 최측근만 알고 있는 지금

대나무숲이 필요했다.


이제 여기는 나의 대나무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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