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인 상황에 놓인다는 건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이다.
글을 쓰면서, 걸으면서,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불현듯 어떤 소리들이 멈추어 버리면 그 공백이 주는 불안함을 이기지 못해 마음이 조급해진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을 때까지 작업을 미루거나 산책을 나갔다 음악이 꺼졌을 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이어폰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말이 이어폰이 없으면 아무 곳도 갈 수 없을 것 같아 무섭게 들렸다.
밖에서 들려오는 말소리, 새소리, 발자국 소리...
작은 내 방안에서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탄산음료의 기포 소리도.
볼륨은 점점 낮아지고 이윽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정적을 견뎌본다.
언젠가는 꼭 필요할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