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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Jan 19. 2023

일하는 사모, 살림하는 사모

사모 에세이

올해 2월이 되면 직장을 관둔 지 일 년이 됩니다. 만 3년 동안 다녔던 직장을 건강상의 문제로 관두게 되었는데요, 자유의 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사역이 바빠지고, 작년 12월부터는 전임 사역을 시작하게 되니 꼼짝없이 저는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의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당찬 아이였습니다. 꿈은 또 왜 그렇게 큰 지 이 좁은 세상은 나를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죠. (참고로 제 MBTI는 ENTP입니다) 그랬던 저였기에 사모는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는 생각도 하지 않았죠. (전업주부를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미래의 저는 분명 멋진 회사를 다니는 커리어우먼이나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커리어 우먼의 '커'자도 따내기 힘들었고, 직장은 마지못해 다니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사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와 사역 둘 다 병행하기엔 제 체력과 열정이 바쳐주지 못했습니다. 주일 오후만 되면 남편에게 퇴근을 재촉하는 제 모습. 내가 생각한 나의 미래는 이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을 하는 내 모습'에서 만족을 느꼈습니다. 무언가 이 사회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주변에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은 동료들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했습니다. 퇴사 후에도 프리랜서로 성공해 많은 돈은 아니어도 제 몫은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 시대는 언제나 성공과 바쁨을 부추기니까요. 그랬던 저였기에 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 눈에 띄지도 않는 살림을 하느라 하루를 다 보낸다? 나의 달란트를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죠.


하지만 결국 저는 직장을 더 이상 다니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고, 열심히 사역을 하는 남편을 위해 열심히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 주부가 되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제 인생을 인도해 주셨으니까요!


하나님은 저에게 "회사와 사회에 너의 달란트를 쓰지 못한다면, 너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써보는 것이 어떻겠니?"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지금의 문사모툰이 되었습니다. 또 집안 살림을 하다 보니 요리에 소질이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끓인 찌개를 먹은 남편이 맛있다는 말 한마디만 해줘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죠. 또 성공과 안정을 위해 발버둥 치는 주변 동료들과 교류를 덜 하다 보니 세상이 말하는 가치가 아닌 하나님이 말하는 가치에 대해 더 많이 묵상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까지 오게 되었죠. "어? 나 지금이 더 행복한 거 같은데?"


예부터 전형적인 사모의 이미지는 조신하게 집안 살림을 하며 남편의 사역을 내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고, 경제적인 사정으로 일하는 사모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삶이 더 옳고, 더 성경적일까요? 저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회사를 다니고 있던 때에는 제가 일을 해야만 집안 살림이 유지되기에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은 바뀌었고, 지금은 제가 집안 살림을 해야 가정이 유지됩니다. 하나님은 제 삶의 리듬에 맞게 움직이셨고, 때에 맞는 지혜로 우리 가정을 인도해 주셨습니다. 여기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요?


지금도 일과 전업주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사모님들, 일과 사역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모님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육아까지 감당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시죠! 저는 부디 사모님들이 '정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하나님께서 때에 맞게 주시는 자유와 평안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사모의 길'을 택하신 것부터가 너무 귀하고 소중한 헌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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