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 전다원(안녕망원)
탐방은 매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Interview | 안녕망원 전다원님과의 인터뷰
내가 만드는 독립출판이 인기예요. 독립출판물은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출판한 책을 말하죠. 그래서 한 해에 정확히 얼마나 출판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다양한 독립출판 북페어의 성황만 보더라도 독립출판은 대세 중의 대세인 것 같아요. 오늘 만난 로컬지향자, 전다원님도 바로 독립출판자입니다. 스스로 기획해서 작성하고 출판까지 하는 것도 놀랍지만, 다원님은 ‘홀로’, ‘동네’의 ‘잡지’를 만들어요. 잡지라는 꾸준히 나오는 간행물이자 정말 다양한 구성이 있는 서적이라 혼자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죠. 거기다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동네가 주제라니. 이게 가능한가 싶은데, 벌써 8호가 나왔답니다. 이 놀라운 일에 다원님은 그저 동네가 좋아서 시작했다며 환하게 웃네요.
공연 보고 동네를 돌아다니기를 좋아해요. 망원에 사는 이유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 본업은 무역회사의 사무거든요. 창작과는 거리가 멀죠. 항상 무엇이든 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꾸준히 있었어요. 그러다 2020년 1월쯤, ‘퇴사와 로컬’을 주제로 한 행사에 참여하였어요. 그냥 이름이 끌려서 갔지만 주최한 팀 중 하나가 종이잡지클럽이었죠. 잡지라는 매체가 참 재밌더라고요. 알고 보니 종이잡지클럽이 합정에 있고. 가까우니 한 번 가봤죠. 종이잡지클럽의 민성 사장님이 잡지 추천도 해주시고 대화도 즐겁게 나눴어요. 그리고 저와 잡지가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넓고 얕게,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거든요. 언젠간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 나는 책보다 잡지구나."(웃음)
망원을 주제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비슷한 시점이었어요. 페이스북에 ‘망원동 좋아요’라는 커뮤니티가 있거든요. 거기에 누가 망원 우체국이 없어진다는 글을 올렸어요. 보통 게시물에 좋아요가 많아봤자 몇 십 개 정도 달리는데, 그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400개, 댓글도 한 100개씩 달리는 거예요. 사실 저는, 우체국을 잘 사용하던 사람도 아니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그렇게 우리 우체국을 지켜야 한다고 뜨겁게 반응하니까 궁금하더라고요. 며칠 지나니 우체국 지키기 모금 운동도 하고, 현수막도 달리고. 온라인으로 얘기하던 것이 바로 오프라인에서 목격되니 신기하면서 정말 멋있었어요. 우리 동네 사람들이 이렇게 멋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더라고요. 동네 사람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못 본 사람은 이 멋짐을 모를 거잖아요. 그렇게 제 잡지의 주제가 정해졌죠.
출판이나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그냥 막연하게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뛰어든 거잖아요.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온라인에 검색해 봤죠. 독립 매거진, 수업. 딱 2개 뜨더라고요. 수강 신청을 하고 그 수업이 끝나기 전에 안녕망원 1호가 태어났어요. 명확한 주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수업 듣기 전에, 인터뷰는 다 해놨었거든요. 수업에서는 기술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인터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혼란스러웠었거든요.
원래는 한 달에 한 호쯤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취재, 디자인 다 혼자 하는데, 잡지는 레이아웃도 다양하잖아요. 수업도 들었지만 역부족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3개월에 한 호로 정해졌어요. 그렇게 5호까지 만들고 나니 하나의 주제로 한 권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고 싶은 주제를 한 10가지 정도 생각해놨어요. 모두 제 관심사예요. 평소에 동네를 산책하면서 관심 주제를 발견하고 구체화하죠. 망원동 덕을 크게 봤죠. 동네에 취재거리가 넘치잖아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망원동을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 반이 반려동물과 함께예요. 그래서 반려동물 이야기도 하고 싶고, 한강도 빼놓을 수 없죠. 지금 막 8호를 마무리하며 지칠 대로 지쳤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주제를 말하니 또 들뜨네요.(웃음)
원래 부산이 고향이에요. 학교도 서울에서 나오지 않았고. 서울에 딱히 연고가 없죠. 하지만, 안녕망원으로 동네 친구가 많아졌어요. 인터뷰를 했던 사람, 구독자. 모두 친구가 되었죠. 길을 걷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하고, 우연히 또 누구를 만나고. 그럴 때마다 “아, 내가 이 동네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오히려 부산 가면 아는 사람이 없다니까요.(웃음) 동네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안녕망원으로 소속감을 얻었어요.
구독자를 직접 만나서 책을 전달하기도 해요. 지금은 망원동일 경우에만 대면으로 전달해 드리지만, 처음에는 어느 동네든 따릉이를 타고 가서 전달해 드렸죠. 그러면서 어떻게 안녕망원을 알게 되었냐고 묻기도 하고요. 한 번은 집 근처를 지나가면서 ‘저게 뭐지?’하고 궁금했던 공간이 있었거든요. 근데 어느 날, 구독자님 주소가 바로 거기인 거예요. 바로, ‘도대체 여기는 뭐 하는 곳인지 물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오픈 준비 중인 갤러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저는 이런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그럼, 여기서 전시하실래요?” 그래서 “네~!” 이렇게 됐죠. 당시가 한 3호쯤 나왔을 때인데 안녕망원 전시를 했죠.
안녕망원은 동네잡지를 넘어 작은 동네잔치를 열기도 합니다. 전시, 돌잔치. 어떻게 홀로 행사도 진행하냐고요? 더 이상 안녕망원은 다원님만의 것이 아니거든요. 망원동의 다양한 장소, 사람들이 조금씩 도움을 주면서 안녕망원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안녕망원을 꿈꾸는 다른 동네와 로컬지향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네요.
안녕망원에서 제가 망원동을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어요. 요즘 로컬 매거진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이 정부 기관에서 만들었거나 기업에서 만든 것이잖아요. 반면에, 안녕망원은 어설프지만, 개인이 좋아서 꿋꿋하게 해나가는 것이 느껴지는 거죠. 8호까지 만들면서 어려움이 한두 가지도 아니었고, 이 방향이 맞는지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피드백을 들으면서, ‘계속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망원을 말해도 되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죠. 사실 그런 게 아니라면 굳이 제가 안녕망원을 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요.(웃음)
아직은 안녕망원 같은 매체가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금이 개인 로컬 매거진이 생기는 시점 같아요. 안녕망원을 시작하고 일 년쯤인 작년, 처음 강연을 맡게 되었어요. 이런저런 강연을 많이 듣던 사람이었는데, 제가 강연을 한다니 신기했죠. 특별하지 않은 저를 강연자로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보통의 사람이 0에서 뭔가를 만들어낸 경험을 듣고 싶으신 것 같아요. 안녕망원의 이야기로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힘과 용기를 얻으신달까요?(웃음) 거창한 게 아니거든요. 진짜 소소한 동네 이야기 혹은 나와 이웃의 이야기. 실제로 강연에 참여하신 분들이 용기를 얻었다며 본인도 로컬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안녕 로컬'이라는 6주짜리 로컬 매거진 강연을 만들었죠. 안녕망원 말고도, 안녕의정부, 평택, 풍기, 다 가능한 거니까요. 아마 곧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참여자분들 중에서 꽤 구체적으로 진행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거든요. 저 말고도 개인 로컬 매거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우리 동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개인밖에 없잖아요. 또, 그 과정에서 저처럼 만드는 사람이 얻는 것이 더 많고요.
다원님은 안녕망원을 만드는 과정 중에 인터뷰하러 다니는 시기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해요. 또 다른 동네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알아가고 관계를 맺는 순간을 위해서, 편집과 디자인이라는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다고요. 다원님에게 안녕망원은 동네와 소통하고 정착하게 하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구독자는 다원님을 통해, 망원동을 단지 맛집, 핫플레이스로 잠깐 놀러 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면서 살아가는 마을로 알아가는 거죠.
제2의 망원동, 연남동을 꿈꾸는 로컬이 참 많이 목격되는 요즘. 탐방에게는 참 많은 고민과 기대를 남기는 만남이었습니다.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개인 로컬 매거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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