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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어바웃 Aug 10. 2022

매일 가도 모르는 공원이야기

탐방 북 #02 도시 공원을 탐하다 | 고하정

탐방은 매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tambang.kr / @tambang.kr



탐방 북 #02 도시 공원을 탐하다 | 고하정


오늘날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어디에 살 것인가? 어디에 살 수 있을까? 그곳에 내가 살 수 있을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끝에는 언제나 부동산이 있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요즘은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많은 돈이 있다면 쇼핑을 하듯 원하는 곳에 집을 구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치열하게 고민하여 집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꿈꾸는 집이 있기 마련이죠. 어느 곳에 살고 싶나요. 아마도 넓게 펼쳐진 공원에서 러닝을 하거나 산책하는 라이프를 상상하진 않으신가요. 오늘은 복잡한 도시의 삶에 여유를 주고자 만들어진 발명품인 공원에 관한 책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두 번째 탐방 북인 <도시 공원을 탐하다>는 도시 안에 만들어진 공원에 관한 A부터 Z까지를 세세하게 정리한 책이에요. 작가는 서울에 만들어진 몇몇 공원들의 역사부터 이슈까지 재밌게 풀어냈습니다. 도시 공원에 관한 이해를 높여주고 우리 동네 공원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해요. 그럼 함께 읽고 각자 동네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해 볼까요.


두 번째, 탐방 북 : <도시공원을 탐하다> Ⓒ탐방



그래서 공원은 뭘까


일상을 돌아보면 공원을 통과해 목적지에 가거나 간단한 산책을 합니다. 매일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가족끼리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죠. 누군가는 만남의 장소로도 사용하고 혼자서 사색에 잠기기도 합니다. 같은 공원이지만 누가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의미는 다른 것 같아요.


그래도 공원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시도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법에서는 도시공원을 도시계획시설 중 하나라 설명해요. 그리고 도시 안에서 자연을 즐기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 정의하기 때문에 자연의 푸르름이 가득한 것이죠. 우리나라에 공원이 가장 처음 등장한 1934년 조선시가지계획령에서도 시민의 휴양, 오락, 아동의 교육 등을 강조한 것을 보면, 약 10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공원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바쁜 도시 생활에서 도시공원이 지녀야 할 중요한 가치는 도시 속 자연 생태계 유지와 함께 시민 개개인에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공공공간의 제공이다.”


작가의 설명이 참 와닿았어요. 결국에는 자연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인 것이죠. 생각해보면 도시와는 다르게 농촌에는 공원이 많이 없어요. 주변이 모두 자연이라 딱히 공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공원은 도시가 성장할수록 함께 성장해야 하는 러닝메이트인 셈이에요.



우리가 가던 공원에도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공원이 만들어진 것은 1920년대입니다. 서울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공원의 수도 많이 증가하였습니다. 일단 많이 짓고 보는 것인데요. 체계도 없이 엉성한 공원들만 많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 당시 토지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그나마 많은 공원이 생긴 것 같아요. 오늘날 서울시 곳곳에 공원을 만들려면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겠죠. 맞습니다. 우리 동네에 공원이 더 많았으면 싶은데 더 없는 이유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늘리기보다는 공원을 재정비하여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경우가 많아요.


도시 안에 공원을 만들게 되는 시작은 뉴욕의 센트럴파크입니다. 영화에서 한 번쯤 보았을 직사각형의 녹색공간 경계로 높은 빌딩들이 즐비한 공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9년에 만들어진 탑골공원이 최초입니다. 처음에는 개인이 만든 공원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다가 1916년 모두에게 개방했다고 해요. 또한 일제강점기에는 덕수궁, 창경궁 등 궁궐이 공원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국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어요. 제사를 지내던 장충단공원, 사직공원, 왕릉이 있던 효창공원 등도 당시 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공원에도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더군요.


그중에서도 창경궁은 좀 더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어요. 조선시대 마지막 왕인 순종 때에는 동물원과 식물이 만들어졌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벚꽃공원, 동물원, 놀이동산’이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하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창경원 나들이’를 다녀온 이야기를 속속 들어볼 수 있어요. 얼마 전까지 창경궁이 나들이 장소였다니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도시공원, p39-40 Ⓒ탐방



공원에 관한 크고 작은 이야기들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과거 ‘시의회 회의록’이나 ‘신문 기사’에서 발췌된 문구들이 군데군데 담겨있는 것이었어요. 공원을 둘러싼 생생한 대화 내용을 통해서 당시의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1951년 10월 17일에 조선일보에는 서울시 내 장충단공원, 효창공원, 삼청공원 등에 불법 매장하거나 유기한 시체들이 많아 문제라 하였습니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데요. 아마도 어려운 시기에 여러 사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1961년 1월 10일에 서울시의회에서는 공원 내 화장실이 지저분한 점을 토로하며 공중위생 관념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어요. 지금도 공중화장실 관리가 종종 안 된다는 뉴스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1996년 12월 18일 영등포구의회 회의록에는 문래공원에 일본원숭이가 8마리, 인도공작 6마리, 금계 7마리 등이 옥수수, 귤, 배추 등의 사료를 먹고, 1명 사육사가 관리한다고 적혀있답니다. 도시 한복판 공원에 원숭이가 있다니 과거 공원의 기능은 동네마다 특색이 넘쳤던 것 같아요.


군부대에서 앞마당으로 변한 문래공원 Ⓒ탐방




<도시 공원을 탐하다>를 읽으면서 마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공원 편’을 읽은 것만 같았어요. 전 세계적으로도 공원이란 개념이 100~200년밖에 안 되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공원의 변화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인가 일상이 좀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매일매일 만나는 공간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까 구석구석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여러분의 공원은 어떤가요.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이 있다면 함께 ‘탐방’에 공유해 주세요.



탐방은 매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도시를 떠나고 싶다면, 로컬로 향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탐방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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