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무슨 일 하세요?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청소년지도사가 아니고, 물론 교사도 아니다. 여러 곳에서 강사로 대우를 받지만 정작 강사님이라 불리는 것은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 대체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가장 익숙하고 가족과 친구들은 지난 8년의 경험에 비추어 나를 토요일에 만나기 어려운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의 구구절절한 설명을 듣고 난 이후에 잘은 모르지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며 내 등을 토닥여준다.
일을 시작한 이래로 제법 오랫동안 그저 ‘좋은 일’, 청소년을 가르치는 직업으로 뭉뚱그려지고 있는 나의 일을 세밀하게 정의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것이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나만의 과정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생소한 <청소년 자치배움터>라는 교육 현장을 일궈왔다. 2016년 겨울, 의정부 청소년자치배움터 몽실학교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2022년 다가치학교-남부 사무국장을 맡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작은 구석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쓸모와 의미를 인정받으려 애를 많이 썼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나와 동료들이 고심하며 만들어가는 교육 활동을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 늘 내가 가장 잘 해내고 싶은 과업 중 하나였다. 우리가 해내고 있는 일들이 설득력 있는 언어와 체계를 가지길 바랐다. 입시와 경쟁이 아닌 진로와 공동체를 지향하는 관점과 문법(언어)이 있음을 믿으며 직접 만나는 청소년이 살아가는 일상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재될 책의 이름을 잘 지은 딴짓이라 지었다. 해야 할 일, 시키는 일에서 벗어나 진짜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주도적인 행위가 딴짓이다. 누구나 딴짓할 권리가 있다. 청소년기를 겪은 어른이라면 청소년기 딴짓에 몰두해 본 경험이 있을진대, 유독 그들은 지금 청소년이 딴짓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하지만 알다시피 딴짓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제대로 딴짓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딴짓도 잘 지으면 교육이 될 수 있다. 교육이 가르치지 않는 스스로 삶을 채워가는 방식이 그 안에 담겨있다. 우리는 그 역동적인 교육과정을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라 부르고, 교육이 일어나는 현장을 <배움터>라 부른다.
배움터는 단순히 시설이 아니다. 터는 다양한 사람이 만나 공동의 목적을 실천하는 장소다. 일터, 놀이터, 농터, 장터 등등. 주체적인 행위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곳에 ‘터’라는 글자가 붙는다. 즉, 배움터는 다양한 존재가 어울리면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학습자의 성장과 경험으로 치환하는 장소다. 나는 배움터에서 그 역할을 맡은 전문가를 <코디네이터>라 정의하고 있다. 코디네이터는 조정하다는 뜻의 ‘ordinate’와 여러 요소를 연결한다는 의미의 접두사 ‘co-’가 합쳐진 단어다. 청소년이 딴짓을 제대로 해보도록 판을 깔고 기획하는 사람. 함께 딴짓을 해내는 그 경험에서 배움이 일어나게 만드는 일, 교육 활동을 한다.
앞으로 연재될 글들은 지난 8년 동안 청소년자치배움터와 다양한 활동 현장에서 호흡한 동료들과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학습자가 자신의 삶에 주체성을 찾아가는 진로 역량과 무리를 지으며 삶을 넓혀가는 공동체 역량을 집요하게 추구해 온 축적된 경험의 기록이다. 이 책으로 당신에게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교육활동이 무엇인지 묻는다. 조금은 다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청소년들과 교육활동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동료 코디네이터들의 귀여운 구석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유별난 사례로 남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증명하고 설득하는 변두리의 이야기다.
쉽게 만나기 어려웠을 이곳에 찾아와 첫 번째 글을 읽어낸 당신에게 깊은 감사와 애정을 보낸다. 공을 들인 배움터에 찾아오는 단골 청소년들을 다정하게 환대하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이야기에 당신을 초대한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이 당신에게도 유익한 딴짓이길 바란다.
얼룩.
*이후 다가치학교-남부는 다가치학교로 표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