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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연탄배달 사진이 괴기스러운 이유

”쉬벌 ㅋㅋ 저렇게 붙으면 트럭도 옮기겠다“

by 한량바라기

총선이 가까워지자 늘 그랬듯 정치인들의 갑툭튀 사진들이 SNS를 도배합니다.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 등장하는데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진들입니다. 생닭 드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군계일학이지요.


이유야 간단합니다. 워낙 윤석열 대통령의 인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니 총선이 걱정된 보수언론들이 한동훈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문제는 한 위원장 자신도 그 인기와 관심이 고스란히 자신의 것인 줄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찌 되었든 그런 상황에서 여러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중 한동훈 위원장이 설날을 맞아 연탄을 배달하는 사진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괴기스러웠습니다. 마치 망치로 맞은 듯한, 그 진부한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만큼.


왜 한동훈 위원장은 그 하고 많은 봉사 중 하필 연탄을 떠올렸을까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연탄배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설마 얼굴에 연탄 검정 숯이 묻으면 봉사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했을까요?


제가 가장 놀란 것은 연탄을 떠올리는 그 진부함이었습니다. 시대착오적 인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난방시설이 도시가스로 넘어간 이 시대에 연탄배달로써 자신의 선의를 드러내겠다는 저들은 도대체 언제를 살고 있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 120시간 노동이나 구직앱 등을 거론하며 그의 인식이 아주 오래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드러냈는데요, 1973년생 한동훈 위원장 마저 그렇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평생 법전만 본 까닭일까요?


물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달동네에서 연탄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분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여전히 그들은 춥고 배고프고 외롭습니다.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연탄배달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입니다. 도시가스를 그 산동네까지 제공하든, 그들이 살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을 근접성 좋은 곳에 마련하든, 공동체가 나서서 그들을 껴안든, 그 뒤의 구조와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이 정부입니다. 그런데 그 책임자 중 한 명이 한다는 일이 고작 하루 연탄배달이라뇨.


게다가 자랑하듯 매년 지원하겠다고 적어놓았습니다. 각계 선물 보내던 비용으로 연탄 7만1천장을 기부하겠다고 합니다. 계산해보면 71백만원 정도 됩니다. 1억도 안 되는 비용으로 도대체 무슨 생색을 얼마나 내겠다는 것입니까. 실망스러울 수밖에요.


또한 이 사진을 괴기스럽게 만드는 1등 공신은 한 위원장 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람들입니다. 1명이 끌어도 가능한 리어카에 도대체 몇 명이 달라붙어 있는지. 어떻게든 한 위원장과 사진 찍고 싶은 사람들. 우리는 그 아귀다툼 속에서 숭고한 애타심보다는 권력을 향한 탐욕만을 볼 뿐입니다.


리어카는 혼자 끌 때 안쓰러움을 유발하고, 둘 셋이 끌 때 훈훈함을 주곤 합니다. 이 간단한 원리마저 집어삼킨 그들의 욕망이 무서울 뿐입니다.


끝으로 이 사진에 대한 댓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을 하나 올립니다.


”쉬벌 ㅋㅋ 저렇게 붙으면 트럭도 옮기겠다“


#한동훈사진 #한동훈연탄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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