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스포츠 유니폼 ‘단순함’, 결속의 메시지

by 인이상

현대사회는 분리와 통합을 통해 성장한다. 가시적 통제를 대체한 통합은 비가시적 통제로, 분리가 분열을 초래하지 않도록 방어한다. 통합 없는 분리는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효율성, 체계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코로나19는 분리의 긍정성이 제거된 고립으로 고착되고 있다. 분리와 통합에 균열이 가해지는 일상은 본능적으로 결속이 전제된 스포츠의 단순하고 명료한 가치에서 절충점을 찾게 된다. 코로나19로 스포츠 경기를 관전할 기회는 줄었지만, 일상으로 스며든 스포츠는 고립된 일상을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결속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인화 및 개별화와 집단화, 두 극단의 요구를 모두 함의하는 스포츠 패션은 사회 전환의 시점마다 등장해 상징적 기능을 했다. 패션은 계급 차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스포츠는 패션의 역동적 계급 변천사를 대변한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는 여러 시각적 갈래로 갈라지면서 현재를 사는 현대인들의 복잡한 내면의 심리를 드러낸다.


현대사회는 평등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현재 패션의 다양성은 계급 차별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급제도가 사라진 지금도 패션의 근간에는 상위, 하위문화가 남아 있다.


스포츠 패션은 상위문화에서 하위문화로 이동해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역동적 계급이동의 역사를 지나왔다. 유니폼은 상위, 하위문화를 구분하는 차별과 하위문화의 일탈과는 또 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단단한 팀워크를 시각화하는 유니폼은 분리와 고립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결핍된 결속의 욕구를 대변한다.


이스라엘 심리학자 마이클 바엘리는 그의 저서 ‘다르게 뛰기 ; 스포츠 심리학에서 찾은 혁신과 성과 그리고 팀웍’에서 결속력을 사회적 결속력과 과업적 결속력으로 구분하고 스포츠팀뿐 아니라 조직에서 이 두 결속력이 작용하는 방식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성과를 위해서는 과업적 결속력이 사회적 결속력 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관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결속력의 정서적 유대감이 성과를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스포츠는 사회적 결속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분리된 개인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한다.

이런 이유로 스포츠 현장에서보다 드라마에서 유니폼이 갖는 사회적 결속력으로서 상징적 의미는 더욱더 극적이다.



사진2.jpg SBS ‘라켓소년단’, OCN ‘경이로운 소문’


분리와 고립은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한 일상이 됐다. 그간 1인 가구의 증가로 고립된 일상은 가족 체제로의 복귀가 아닌 완전한 고립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개인화 개별화되는 시대에 미디어에서 결속을 위해 내건 가족 제일주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지만, 가족의 형태에서 변형 혹은 확장된 공동체는 고립의 시대를 사는 이들을 위로한다.


최근 몇몇 드라마는 각기 다른 이들이 모인 공동체를 다루면서 고립의 불안을 해소한다. 여기서 스포츠 유니폼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가족에 준하는 소속감을 부여하는 요소로 시각적 통합의 역할을 한다.


지난 1월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OCN, 2021년), 현재 방영 중인 ‘라켓소년단’(SBS)은 같은 목표 아래 모인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의 이야기로, 코로나19로 물리적 고립을 지나 정서적 고립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결핍된 연결 욕구를 자극한다.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의 악귀 퇴치극으로, 각자 다른 아픔을 가진 이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라켓소년단’은 선수 부족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해남 시골 중학교 배드민턴팀 이야기로, 한시적으로 합류한 전학생과 팀 친구들의 성장을 그린다.


‘경이로운 소문’ 카운터들은 성별, 나이,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레드 트레이닝복을 착용하는 것으로 결속력을 다진다. ‘라켓소년단’은 화이트 레드 블루가 배색 된 전형적인 유니폼으로 운동선수들의 응집력을 보여준다. 이들의 유니폼의 특징은 컬러와 부분적 스트라이프 패턴의 차이를 제외하면 단순한 디자인이다.


패션에서 단순함이 가치로 부상한 1910년대는 가르손느 룩, 남성 제복 등 남녀 의상 전반에서 남성성의 확장이 이뤄진 시기로, 스포츠 역시 단순함의 가치를 충족해 주류로 부상했다. 스포츠의 단순함은 복잡한 현대사회에 명료한 가치를 전달해 사회 전반은 물론 패션 영역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실루엣만으로는 팀을 구분할 수 없는 유니폼은 단지 컬러와 패턴의 차이로 팀을 시각적으로 구별한다. 직관이 필요 없는 감각만으로 내 팀과 네 팀의 단순 구분이 이뤄진다. 이처럼 유니폼은 단순함으로 인해 복잡한 설명 없이 상징으로서 다름과 같음을 구별한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하나의 팀이 주체로 등장하고 경쟁하는 팀은 주변부로 그려져 유니폼이 다름이 아닌 같음, 즉 동질감의 코드로 더 강하게 작동한다.



사진3.jpg SBS ‘라켓소년단’


‘라켓소년단’ 윤해강(탕준상)은 서울에서 야구팀 선수로 활동하다 배드민턴 코치 부모에게 이끌려 해남으로 내려와 그만뒀던 배드민턴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해강을 배드민턴팀으로 이끈 표면적인 이유는 시골집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겠다는 의지와 타고난 승부욕이지만, 실은 배드민턴팀 친구들의 순수한 우정에 이끌린 정서적 유대감 때문이다.


해강이 소속된 해남서중 배드민턴 팀 유니폼은 팀이 존폐의 위기에 놓이면서 사회적 결속력의 상징으로 더욱더 강하게 기능한다. 이들은 해강의 아빠 윤형종(김상경) 코치의 제안으로 해강의 집에서 동고동락하는 합숙을 시작한다. 여기에 엄마 라영자(오나라)까지 해남제일여중 팀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와 배드민턴 아래 뭉친 공동체 생활이 시작된다.


‘라켓소년단’은 배드민턴이라는 ‘같음’, 소속과 성별의 ‘다름’을 공유하는 해남서중과 해남제일여중 배드민턴팀의 공동체로 인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뿐 아니라 전국, 국제 대회 장면은 개인이 아닌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은 팀들의 군집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는 개인이 아닌 조직에 의해 움직이고, 개인이 아무리 개별화 돼도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통합된다는 현대사회 작동 논리로 읽힌다.



사진4.jpg OCN ‘경이로운 소문’


‘경이로운 소문’은 ‘라켓소년단’보다 단선적인 만큼 메시지는 더욱더 직접적이고 명확하다. 개인의 역량은 평가 대상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집단의 목표와 가치 아래 움직인다. 이 드라마에서 선과 악은 유니폼의 유무로도 구분된다. 선은 유니폼을 입고 결속력을 과시하지만, 유니폼을 입지 않은 악은 각자의 욕망을 앞세운다. 이 때문에 악은 선보다 강한 개별적 힘을 모두 탕진해 집단 선의 힘에 패배한다.


‘경이로운 소문’은 시청률 2.7%로 시작해 11.0%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종영했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는 기대와 달리 상당수가 연패 행진을 이어갔다. 작가 교체 등 위기를 겪으면서도 ‘경이로운 소문’이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데는 사회 분위기와 관련해 시사점이 있다. ‘라켓소년단’은 5.7%로 출발해 5%대를 유지하다, 지난 14일 5회에서 6.2%로 6%대에 진입했다.


결속을 다짐하고 결속을 절대가치로 설파하는 메시지는 유니폼의 시각적 단순함으로 인해 더욱 명료해진다. 코로나19로 실체도 종결도 그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화려함보다 간결함에 본능적 공감을 드러낸다. ‘경이로운 소문’ ‘라켓소년단’ 같은 복잡한 갈등 없이 전개되는 간결한 스토리는 특유의 소소한 단순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 타이틀 사진=SBS ‘라켓소년단’ 탕준상

[* 본 글은 외부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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