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마음을 치료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게슈탈트 치료, 인지치료, 해결중심 요법 등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용 전념 치료(ACT)에 관한 글을 쓰려합니다. 수용 전념 치료는 영어로는 Acceptance Commitment Therapy라고 표현하며, 간략히 ACT라고 부릅니다. 수용 전념 치료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회피하지 말고 수용하며 기꺼이 경험해라.'
인간의 고통은 일반적인 것이며, 정상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압도적인 심리적 외상 사건인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면 플래시백 현상으로 트라우마와 관련된 경험을 회피하게 됩니다. ACT에서는 회피를 덫이라고 표현합니다. 트라우마에 신경 쓰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욱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덫은 풀린다고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회피하게 되면, 그 순간은 괜찮아질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계속 회피하게 되므로 더욱 치유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힘들고 괴롭더라도 받아들이고 수용하면서 기꺼이 경험하라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조금씩 차례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플래시백 현상으로 과도한 각성 반응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더욱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니까요.
ACT를 설명하는 서적인 《Get Out of Your Mind and Into Your Life》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체스판을 비유로 들어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우선, 체스판을 자신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체스의 검은 말을 부정적인 것들(생각, 감정 등), 체스의 흰 말을 긍정적인 것들(생각, 감정 등)이라고 가정합니다. 이제 체스 게임을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흰 말이 이기기를 바랍니다. 긍정적인 감정이 이기는 것이 스스로에게 덜 힘드니까요. 그러므로 흰 말을 응원하고, 흰 말이 이기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결과로써 흰 말이 이겼다고 가정해보도록 하지요. 흰말이 이기면 당연히 기쁨을 느낍니다. 하지만, 서적에서는 '여기서 패자는 누구일까?'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합니다. 승자도 본인이지만, 패자도 본인이라는 것이지요. 즉, 행복한 것도 본인이며, 불행한 것도 본인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서 시작된 싸움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이와 같은 싸움은 끝나지 않는 과정이며, 중요한 사실은 언제든 이 전쟁을 그만두고 놔둔 채로 현실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교훈을 하나 얻을 수 있습니다. 흰 말이 이기든, 검은 말이 이기든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검은 말이든 흰 말이든 모두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지요. 수용하면서 받아들일 때, 더 이상 덫은 덫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타인에게서 나오는가요? 아닙니다. 모두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결국 감정과 사고 등은 스스로의 마음에서 파생되므로 스스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회피하지 말고 손을 뻗어서 긍정적인 마음과 같이 하나의 마음으로 대해준다면 더 이상 부정적인 마음이 아니라 긍정도 부정도 아닌 하나의 마음이 됩니다. :)
참고 문헌
Hayes, Steven C., Smith, Spencer (2005). Get Out of Your Mind and Into Your Life. New Harbinger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