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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Apr 21. 2019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산문집

나의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주로 Amazon Kindle에서 책을 보는 편이다. 자연스레 한국 책을 잘 보지 않게 되었다. Amazon Kindle E Book의 경우, 책을 읽다가 차를 타면 마지막 읽은 부분부터 Audio Book으로 책 내용을 이어서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책 한 권을 무척 빨리 끝낼 수 있다. 책을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책을 재미나게 읽어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건 독서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나와 달리 아내는 한국 책을 많이 읽는다. 아내 덕분에 교보 서점에서 늘 Platinum 회원이다. 교보에서 가끔 신간 및 추천도서 안내를 해 주는데,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알쓸신잡에서 여행 이야기를 할 때마다 참 맛깔난 이야기를 해서, 언젠가 김영하 작가의 여행 관련 산문이 나오면 사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터라, 바로 구매를 했다. 

Leica Q 


여유 있는 일요일 아침, 날씨가 흐리다. 차라리 잘 되었다. 테라로사에 아침 일찍부터 도착해 김영하 작가의 책을 들었다. “여행의 이유”라니,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 기대되었다. 첫 장을 넘기면서 숨 막히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역시 잘 나가는 소설가의 필력은 다르다. 첫 장부터 숨 막히는 관심을 이끌어 내다니, 


잠시 책을 덮고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내가 놓아하는 ILFORD HP5 흑백 필름을 꺼냈다. 그리고, 진한 Contrast를 주고 싶어 Red filter 도 꺼냈다. 필름을 넣기 전 기념사진.. 


“여행의 이유’ 제목에 Red filter를 넣으니 무언가 분위기가 있다! 


맛깔난 책과 맛있는 차 한잔 


나는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다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계형 여행이다. 결혼한 뒤 이민을 염두에 두고 미국으로 혼자 건너갔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 만난 이방인의 도움으로 회사도 설립할 수 있었다. 개인 회사이지만, LLC(Limited Liability Corporation)으로 나름 Professional 한 회사들도 이런 Formation을 선택한다. 문제는 미국 시민권이 있는 사람이 나의 Registred Agent 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비행기 옆자리에서 나에게 Cranberry juice를 엎은 인연으로 친구가 된 나보다 15년 위의 친구(?)가 선뜻 나를 돕기로 한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에 전혀 인연이 없었던 나는 모든 걸 혼자 했다. 신규 영업기회를 발굴하는 것부터, 프로젝트 수행까지.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 며칠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렌트하고 호텔에 들어가서 미팅 준비하고 수년간 나의 생활이다. 


거대하고 웅장한 낯선 미국 땅에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Road Warrior

 나와 비슷하게 사는 미국인의 삶을 칭하는 단어이다. 실제로 새벽에 미국 국내선 공항에 나가면 Road Warrior 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해서 미팅하고 잠을 자지 않고 (Red eye flight이라고 한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삶이 미국에서는 낯선 삶이 아니다. 


수년간 이런 생활을 반복하니, 다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비행기를 자주 타니 자연스레 Platium member 가 되었고 라운지, 호텔, 미팅 등등 전전하며 라운지에서 자주 낯선 인연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친해져서 다음 여행 시 그들의 집에 들러 하루 이틀 쉬다 간 적도 빈번해졌다. 


지금은 아들의 친 삼촌처럼 잘 놀아주는 내 친구 Stephen 


Hey, buddy! I might be able to stop by Denver airport on the way back from NYC. 
I’ll be happy to pick you up.


어떤 경우는 일부러 중간 경유지에서 며칠 쉬다 간 적도 있다. 친구가 공항으로 Pickup 을 나와 같이 낯선 땅에서 휴식을 취하면 오랫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친구 집 텍트에서 맥주 한잔씩 하며 해지는 광경을 보면 꿈을 꾸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 여행의 이유는 생계였지만, 오히려 즐거움을 위한 관광목적의 여행보다 더욱 값진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아들과 함께 나의 추억이 서린 곳을 다시 찾는다. Road Warrior 였던 시절의 추억을...


2014년 즈음 이야기이니,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 아들이 있고, 미국에서 돌아와 다시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으니 예전처럼 미국에서 Road warrior 가 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아들과 함께 하고 싶어 미국 출장의 기회가 있더라도 Video Conference로 유도해서 출장을 기피할 정도이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은 과거 Road warrior 시절 만났던 친구들 집을 방문하고 추억을 다시 걷기 위해서 (Memory lane trip) 10일 정도 휴가 여행을 떠난다. 이제 나에게 여행의 이유는 소중한 인연들과 평생의 추억을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 50대였던 친구들도 이제 60세 이상 손주가 있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세월에 장사가 없다더니...  


모처럼 김영하 작가 덕분에 대학 졸업 이후 나의 삶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기가 막힌 일요일 아침이다. 



일년에 한번씩 가족과 함께 다시 걷는 추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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