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책은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모두 들어있다. 멋진 사진 그리고, 사람이 주인공이 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다들 기가 막힌 사연이 있다. 중동을 취재하던 사진기자 삶을 살다가 등대가 있는 섬에 입주하여 혼자 살며 인생을 즐기는 50대 여성 이야기. 부동산 중개일을 하다 번아웃을 겪고 외딴 집을 구하고 채소도 직접 재배하고 겨울에 사냥을 해서 일 년간 먹을 고기를 쟁여두는 부부의 이야기. 선생님으로 살다가 문명에서 떨어져 말을 타며 사냥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 이야기. 모두 Off grid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No Signal 이란 책은, 정말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사실 어디서 구매하게 된 것인지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 우연히 서점이 아닌 곳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표지에 반해 내용은 보지도 않고 책을 구매했다. 보통 번역 서적은 잘 구매하지 않는 편인데, 상관하지 않고 그냥 구매했다. 내용이 별로라 해도 혹은 번역이 아쉽다고 해도 사진만 봐도 좋을 그런 책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말 내내 책 내용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다.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말했다. "다들 내가 운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나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이지요."
배가 고프면 배민으로 주문하면 아무리 늦어도 한 시간 이내 맛난 음식이 배달되며, 배관이 고장 나면 전문가를 부르면 며칠 이내 수리가 가능한 생활을 하다가 생존하려면 직접 사냥을 해야 하고, 고기를 잡아야 하며, 목욕을 하려면 15리터의 물을 난로를 이용해서 뜨겁게 만들어야 하며, 난방을 하려면 나무를 베어서 장작으로 만들어야 하는 삶. 나무가 없으면 인근으로 배를 타고 나가서 300개의 계단을 밝고 등대의 끝에까지 장작을 만들어 이동해야 하는 삶.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으려 해도 개 썰매로 오랫동안 이동해야 하는 삶. 그 사이 늑대나 곰 등 야생 짐승의 습격을 받을 수 있는 삶.
난 준비가 되었을까?
소위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 Sustainable life를 추구하는 공동체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Oregon의 산에 열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룹을 만들어 공동생활을 한다. 다들 같이 일하고 같이 수확한 생산물을 먹고 사냥한 고기도 나누어 먹는다. 냉장고도 없고 늘 10도 이하의 기온인 강에 음식을 보관하고 목욕도 한다.
이들은 핵 전쟁만 나지 않는다면 평생 이렇게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다고 했다. 혹시 외부에서 칩입자가 있을까 봐 총을 늘 휴대하고 있고 총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활과 사냥용 칼로 평소 훈련도 한다. 참 미국인스럽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테라로사다.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