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sume

문제란 무엇인가

20251011

by 오튼


한의원 침상에 누워 눈을 붙이고 있는데 귓가에 뭐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까 몸을 뉠 때 벗어 놓았던 안경이 침상과 벽 사이의 틈으로 떨어진 것이다. 팔에 주렁주렁 붙여 놓은 물리치료 흡착 패드들 때문에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안경이 먼지 구덩이에 뒹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눈을 감았지만 조금 짜증이 났다. 맨날 머리맡에 안경, 휴대폰을 놓으면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잠시 후 근섬유를 발작시키던 흡착패드의 전기 신호가 멈췄다. 한의사 선생님이 침을 놓으러 들어오기 전까지 여유 시간이 있기에 얼른 자유로워진 팔로 벽과 침상 사이의 틈을 쑥 깊이 더듬어 보았다. 침상 프레임에 걸쳐진 안경다리가 손끝에 느껴졌다. 바닥에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엄지와 검지를 바들바들 떨면서 안경다리 끄트머리를 건드렸다. 안경이 아예 맨바닥으로 떨어졌다.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까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이제 진짜 바닥이다. 허탈함에 천장을 보고 몸을 다시 반듯하게 뉘었다. 금방 한의사 선생님이 들어와 어깨에서 손목까지 침을 놓았다. 아까 잘했으면 됐는데. 팔에 매달린 침들은 징그럽다. 나도 움직일 수 없지만 안경도 어디 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눈을 감고 얕은 잠에 들었다. 침에 이어 초음파 치료까지 다 마친 후 침대 아래에 쭈그려 기어 들어가 손을 뻗었다. 안경엔 먼지 한 톨 묻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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