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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Sep 14. 2020

내 몸도 합리적 설명을 원해

무조건 극기가 아니라 공부하는 다이어트

한번도 몰아보지 않은 트랙터를 운전하는 마음으로 내 몸 조정방법을 배우고 있다. 몸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감지하고 조정해주면서 나의 몸을 작동해나가는 것을 60이 다 된 나이에 배운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나 싶다. 그래도 100세 시대라고 제2의 인생 어쩌고 하니 그나마 지금이라도 자각한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라고 외치며 자기주도권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왠만한 유혹이나 타격에도 끄떡않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 왔고, 설사 원치 않던 길이라도 어떻게든 내 생각대로 바꿔가며 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몸은 달랐다. 정신, 감정까지는 스스로 조종한다고 생각하는데 신체는 늘 내 통제의 범위를 조금씩 벗어났다. 완전히 포기하고 방치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유혹에도 굴복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고, 스스로 통제 못하는 자신을 또 비하하는 상태를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며 살았다. 58년동안!

다이어트 책은 실행계획을 짜기위해 참고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몸과 음식, 운동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내용으로 하는 책들을 읽어보니 다이어트도 뭘 알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종적인 성공과 실패는 결국 실행에 달려있지만 합리적으로 조근조근 마음을 설득해서 기쁘게 하는 것과 무조건 극기하도록 쥐어짜는 것은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못 먹고, 하기 싫은 운동을 하도록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는 것은 폭군의 행태이다. 내가 내 몸에 대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몸이 납득하도록 식습관을 바꾸면 나의 뇌가 변화를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호르몬이 분배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다이어트도 요요현상없이 지속될 수가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포만감중추에 대해 공부해본다.  포만감중추는 식욕을 누르는 화학물질 CART와 식욕을 촉진하는 화학물질 NPY에 의해 조절된다. 이 두가지 화학물질은 위와 장으로부터 오는 배고픔이나 포만감 신호를 받아서 움직인다. 식욕촉진물질 NPY는 위에서 보내는 배고픔신호 그렐린의 명령을 받고 분비되고, 식욕억제물질 CART는 장에서 보내는 포만감신호 렙틴의 명령을 받는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을까 말까를 결정할 때 그렐린과 렙틴 사이에 벌어지는 전투가 흥미롭다.


우리가 인체의 생물학적 특성에 맞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이 먹어야만 심술궂은 화학물질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신의 위가 채워져야 그렐린 수치가 감소하고 식욕도 줄게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그러한 생물학적 반응에 대항해서 싸울 경우, 연전연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신이 몸을 리셋해서 난폭한 그렐린이 지나치게 난동을 부리지 않도록 자제시킨다면 위는 언제나 포만감을 느낄 것이고 당신은 평생 정상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몸 다이어트 설명서 70쪽>


은퇴자가 좋은 것은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공부하고 연구해서 스스로 실험해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직장 다니면서 운동부족, 스트레스와 폭음, 폭식으로 살이 쪘다면 은퇴시기가 되었을 때는 차분하게 생활 패턴을 바꾸면서 내 몸을 돌봐줘야 한다. 은퇴는 다이어트에도 딱 좋은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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