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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초댁 Apr 29. 2024

속초에 가면 뭐 해 먹고살지?

속초에서 직업 찾기


이곳에 내려온 지도 어느덧 4년, 친구들이 속초에 놀러 왔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한 번씩 묻는 질문이 있다.


"나도 여기 내려와 살아볼까?"

"근데 속초에 내려오면 뭐 해 먹고살지?"


돈을 버는 방법이 정말 다양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큰 기준에서 속초의 생업을 분류해 보자면

자영업, 군인, 행정직(공무원, 은행원 등) 정도로 나뉘는 것 같다.

딸아이의 친구들을 봐도 엄마아빠가 요식업을 하거나 군인ㆍ공무원이 많고,

구직사이트를 둘러봐도 구인공고 업종의 대다수가 식당, 카페, 호텔 업종들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야 기술 배워서 내려와."





#. 기술을 배우세요 1


우리 부부가 속초에 내려와 시작한 일은 공방이다.

도시에서의 나의 직업은 시각디자이너. 남편은 다른 일을 해왔지만 원래도 손재주가 많고 또 이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맥간공예, 드로잉, 목공 등을 거의 10여 년 넘게 취미로 즐겨왔다. 그래서 우리는 속초살이를 결심하며 그간 취미로 쌓아왔던 스킬을 활용해 생업을 꾸려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큰 변화를 결심한 바, 새로운 환경에서는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볼 마음이었다.

바닥타일 제거하는 아내

그러나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공방 오픈을 위해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데 업체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록창에서 "속초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 문의 후 현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으면, 사람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멀더라도 SNS에서 후기가 좋은 곳에서 사람을 부르자니 출장료를 달라고 한다.


최악의 경험은 미팅에 나타나지도 않더니

우리가 뭐라고 그 뒤로 SNS계정을 삭제하고 잠수를 탄 업체도 있었다.



셀프 페인팅하는 남편

아이러니하게도 인테리어 업체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셀프인테리어를 진행해야만 했다. 사실 몸이 좀 고될 뿐 목공방을 결심한 우리가 못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철거부터 페인트, 목공까지 전기작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업을 우리 부부 둘이서 해결했다.

물론 주말마다 놀러 온 친구들의 크고 작은 도움들도 있었는데 이 글로나마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해본다.







#. 기술을 배우세요 2


아이 어린이집 간담회에서의 일이다.

엄마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엄마들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나왔다. 바로 "학업"

이야기를 쭉 들으시던 원장님이 명쾌하게 이야기하셨다.


"공부에 희망이 안 보이면 그냥 기술을 가르치세요. 속초에는 사람이 없어요."


간판을 고쳐주고, 문 열쇠를 고쳐주고, 울타리를 고쳐주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있어도 너무 바쁘셔서 일정 잡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속초살이 4년 차, 현지인으로서 너무 공감한다.

삽차로 제설하는 속초의 골목길

속초는 한겨울 눈이 내렸다 하면 폭설을 이루는 통에 아파트 단지는 물론 골목 제설도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필수다. 그렇다 보니 눈이 많이 오는 시기에 중장비차 모시기가 정말 힘든데, 심하면 아파트 단지 제설에 삽차가 없어 3일까지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속초 당근을 살펴보면 "용달해주실 뿐, 전구 교체해 주실 뿐, 싱크대 수리 가능하신 분"과 같은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기술서비스 관련해서는 부자, 모녀가 함께 일하는 가게들이 많다. 우리가 만난 부동산 사장님은 늘 딸과 함께 동행했고, 도어록 설비기사, 에어컨 설치기사님은 아들과 함께였다



지방 도시다 보니 젊은 인력들이 부족해 자식과 함께 일을 하는 건지, 아니면 여기에 정말 길이 보여 후계자로 삼은 건지 개인적인 궁금증이 남는다.





#. 기술을 배우세요 3


서울에서 속초살이를 준비하던 시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블로그 이웃이 한 명 있다.

블로그를 왕래하며 속초에 주거지나 편의시설 위치 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는데, 이 온라인에서 맺어진 인연은 신기하게도 내가 속초에 내려와 출산을 하게 되면서 조리원에서 만나 조리원 동기로 이어졌다.

( 속초에 내려와서는 블로그를 하지 않아 인연이 끊긴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조리원에서 만나 진짜 이웃이 되었다. )


이 언니도 우리처럼 서울에서 살다 속초에 내려온 케이스로 남편의 직업은 전기기술자다.

서울 직장생활에서는 육아휴직이 어려워, 육아휴직차 퇴사 후 속초에 내려와 안식년을 갖다가 최근 관공서 관리직으로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전기 관련기술이 있으면 아파트는 물론, 호텔ㆍ리조트ㆍ관공서에서의 관리직으로 일할 수가 있다. 속초에서 산과 바다 다음으로 많은 것이 호텔과 리조트라 전기기술이 있다면 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듯싶다. 게다 대형아파트도 계속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이 밖에도 좀 더 나은 재능이 있다면 도서관이나 교육관에서 모집하는 평생교육원 강사도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직종이 될 것 같고, 에어비앤비 시설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청소ㆍ정돈의 기술이 있다면 프리랜서 하우스 키퍼도 매력적인 일자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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