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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brisa Jul 22. 2024

속초 이색 여행지

해수욕 말고 족욕, 설악산 말고 꽃구경

매일같이 동해바다와 설악산을 보며 살아가는 현지인으로서 가끔은 속초의 이색적인 장소를 꿈꾼다.

특히나 관광객이 몰려오는 여름휴가철이 되면 붐비는 해수욕장 인파를 피해 다가 아닌 새로운 장소를 찾아 헤매는데 거창하지는 않아도 구석구석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 바로 속초다.





#. 해수욕 말고 족욕


더위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던가. 

시원한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기며 뜨거운 더위를 식히는 것이 아닌, 따뜻한 온천수에 발 담그고 앉아 그저 묵묵히 땀을 흘려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설악산 들어가는 초입에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온천 휴양촌이 있다. 여기에서는 굳이 전신 온천욕을 즐기지 않아도 발 끝으로나마 온천수의 뜨거움과 몸의 가뜬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척산족욕공원이다. 


족욕 후 먹는 온천수 달걀과 팥빙수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풀나무들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 안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족욕탕이 있다. 

뜨끈한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자면 그야말로 "이것이 여름이지"싶다.


지난여름, 세 살배기 아이와 함께 처음 갔는데 뜨거워 싫어할 줄 알았던 어린아이도 이곳에 앉으니 발이 노곤노곤 순환의 시원함을 느끼나 보다. 퐁당퐁당 잘도 앉아있다.

그저 하루종일 가장 낮은 위치에서 분주한 몸을 따라 여기저기 움직이는 탓에 제대로 힘들다는 내색도 못하고 팅팅 부어만 있던 발은 따뜻한 물을 만나 잠시나마 쉼을 얻는다. 족욕탕 바닥에는 뭉글뭉글한 돌이 깔려있어 그 위를 살걸으면 지압효과도 얻을 수 있다. 땀으로 허기진 배는 온천수로 삶은 달걀로 가볍게 채워주면 이것이 또 그렇게 맛있다. 평소 퍽퍽하다면 노른자를 먹지 않던 아이도 이곳에 오면 병아리처럼 잘도 받아먹는다. 


이렇게 잠시나마 뜨거운 열기로 땀을 배출한 뒤, 바로 옆 카페테리아에서 팥 듬뿍 담긴 옛날 팥빙수를 먹으면 그야말로 이열치열(以熱治熱)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별미다.






#. 설악산 말고 꽃구경


2019년 고성화재로 불탔던 땅에 다시 꽃이 피었다.

산세가 험난한 강원도 영동지방(일명 속양고)에는 꽃축제가 흔하지 않다.

물론 봄ㆍ가을, 시에서 주관하는 꽃축제가 엑스포 공원에서 열리긴 하지만 화단에 심는 꽃 규모로 공원에 색만 더할 뿐이다. 그런 이곳에 이번에 수국축제가 열린다. 여름에 개최되는 꽃 축제는 처음이다. 


속초수목농원에서 주관하는 수국축제는 

지난 2019년, 고성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토지에 수목농원을 가꿔 여름의 대표적인 꽃인 수국밭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1만 여평을 가득 메운 하얀색 수국은 그야말로 속초에서는 처음 보는 풍경이다.

아직 장마철이라 습한 공기로 풀냄새가 짙게 나지만 눈으로 보는 향기가 더 짙어 이제 여름은 수국향기로 기억될 것만 같다.


마침 근처에 위치한 영랑호 생태숲공원에는 맨 발로 걷는 황톳길과 아이들을 위한 숲놀이터가 이번에 새롭게 단장되었다. 


흔히 속초 하면 바닷가, 해수욕장을 떠올리지만 풀내음 가득한 조금 이색적인 여름을 느끼고 싶다면 온 가족 모두 즐거운 이곳을 추천한다.






#. 셀카 말고 흑백사진


온 국민 스마트폰 보급시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셀카는 어느새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사진을 찍을 있게 되다 보니 사진은 희소성의 가치를 많이 잃어버렸다.

영랑동에 위치한 서락사진관

이런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요즘, 특별한 여행지에서 남겨보는 흑백사진은 어떨까? 흑백사진은 컬러사진과 다르게 실루엣이나 표정들이 도드라져 오랜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오롯이 그때의 기억들만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속초에 내려와 자리를 잡고 가족들이 처음 놀러 왔을 때 동네에 예쁜 사진관이 생겨 결혼식 이후 두 번째로 가족사진을 남겼다. 4명이었던 식구는 어느새 시간이 흘러 조카들까지 9명이 되었고, 3대가 모여 사진을 남기니 그 누구보다도 부모님이 기뻐하셨다.

그리 살가운 성격들이 아니라 먼저 찍자고 제안을 했으면서도 어색한 분위기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한치의 어색함도 용납하지 않는 사진작가님 덕분에 "밥 먹었냐?"가 대화의 전부인 무뚝뚝한 아빠의 미소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지인들이 가족과 함께 속초에 놀러 온다고 하면 나는 맛집은 추천하지 않지만 이곳 서락사진관에서의 가족사진촬영은 꼭 제안한다. 어른은 물론, 미취학 아동들까지 모두가 바쁜 시대에 가족들이 다 함께 시간을 맞췄다는 것만도 대단한데 속초까지 놀러 온다고 하니 이곳에서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오랫동안 간직할 있게 해주고 싶기 일종의 의무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인 가족이 이곳을 방문했고,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셨다는 후기를 들었다. 

만약 가족과 함께 속초를 방문해 바다보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할 거 다 했는데도 마땅한 일정이 없다면 여행지에서의 가족사진 촬영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쓰다 보니 여행에디터가 쓸 법한 매거진 형식의 글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관광지에 살고 있는 현지인으로서 휴가철이 다가오면 자주 받는 질문 들인 만큼 속초에 새로운 여행지에 대해서도 한 번 적어보고 싶었다.

이렇게 속초는 크고 작은 축제도 자주 열리고, 다양한 볼거리를 위해 무언가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지만 아쉽게도 관심도나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아마도 아무리 애써 잘 만든다 한들 웅장한 설악산과 광활한 동해바다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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