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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블 May 13. 2022

돈은 재테크로 버는 것이라는데

난 왜 제자리걸음인가

"돈은 재테크로 버는 거야"


첫 직장에 갓 입사한 내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선배사원에게 들은 말이다. 나와 연차가 2년 정도 차이나는 선배였고 그 역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던 시점. 청운의 꿈을 품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가 저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겉으로는 별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고 사회에 기여하고 본인의 연봉을 높여서 돈 벌 생각 안 하고 뭐? 돈은 재테크로 벌어? 그것도 이제 3년 차 된 주제에?


그 시절 순진무구하고 세상 물정 몰랐던 나라는 청년은 그만 본인이 조금만 일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줄 알았다. 현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돈은 재테크로 버는 거야"라는 말이 진리는 아니겠지만, 매우 일리가 있는 말었다. 당시 집값 기준으로 가늠해봐도 내가 받는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평생 벌어서 집하나 장만하려고 직장 생활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억대 연봉을 받겠다는 꿈도 허황되어 보일 뿐이었다. 회사는 그저 가능한 돈을 적게 주고 최대한 일을 시키고 싶어 할 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재테크가 아니라 내 일을 통해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었던 나였지만, 결국 나도 어느새 선배처럼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힘들게 번 돈을 그냥 묵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돈을 굴리면 더 늘어난다는 것은 날 설레게 했다. 하지만 입사 이후 반년 동안 별다른 투자활동을 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재테크, 투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겐 일을 배우고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내 월급은 CMA 계좌에 고스란히 쌓이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CMA 계좌를 만든 증권사 지점에 전화가 왔다. 계좌에 천만 원 정도 있는데 그냥 두기 아까우니까 지점에 내방을 해서 상담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일반 창구가 아닌 2층 VIP실로 오라는 말에 신나서 다음날 점심시간에 곧바로 방문했다. 직원은 내가 나이도 젊고 요즘 펀드 수익률도 좋으니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나도 그 당시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이 펀드였다. 다만, 대체 어떤 펀드를 사는 것이 좋을지, 사게 되면 언제 사야 할지 그리고 얼마나 보유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증권사 직원은 주식형 펀드 1개, 채권형 펀드 1개를 추천했다. 증권사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펀드의 수익률 그래프를 보여주며 이렇게 수익이 잘 나오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설명을 듣던 나는 문득 지금까지 이렇게 올랐는데 이게 언제까지나 오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이제 떨어질 때가 된 것 아니냐 물었다.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던 직원은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는 말하기를, 꼭 그런 것은 아니고 기업이 실적을 내는 것에 따라 더 오를 수도 있는 것이지 꼭 그동안 올랐다고 해서 꼭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직원이 추천한 두 개의 펀드를 조사해봤다. 둘 다 다른 펀드들보다 수익률이 좋았고 수수료도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만 확인해보고 두 펀드 모두 매수했다. 얼마 후 수익이 조금씩 나는 것을 보고 신난 나는 투자금액을 더욱 늘렸다. 얼마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그때까지 모은 돈을 거의 다 넣었을 것이다. 그때가 언제였냐면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해니까 2007년이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해였다.

 

내가 전재산을 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난 경이로운 하락 곡선이 매일매일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펀드에 넣어놓은 후에는 이에 대해 잊어버리고 자기 일 열심히 하다 보면 큰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도저히 잊어버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경제기사를 열심히 읽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로부터 1년 이상 지나고 나서야 손실이 회복되어 거의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나의 첫 2년 동안의 재테크의 결과는 본전을 되찾은 것에 불과했다. 즉, 나의 2년간의 투자수익률은 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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