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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블 Jun 26. 2022

불확실한 500%와 확실한 5%

당신의 선택은?

앞의 글에 이어서 투자성향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 한다. 당신은 한방을 노리는 사람인가? 아니면 작더라도 꾸준한 수익을 원하는 사람인가? 또는, 그 사이 어디쯤인가? 아니면 때로는 한방, 때로는 작고 꾸준함을 추구할 수도 있겠다. 두 가지 투자성향에 대한 내 생각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없다.


한방 투자, 인생은 한방이라는 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어차피 월급쟁이로 살아봤자 오늘이나 내일이나 내년이나 10년 후나 내 인생 변할 것 같지도 않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일확천금, 바로 한방이다. 한방에 부자가 되는 것. 그것이 한방 투자 심리다.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된다.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지금 당장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지 먼 훗날 60대쯤 돼서 부자가 되고픈 것은 아니다.


주식 투자 수익률이 이자 수익률보다 많이 나오기만 해도 훌륭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매년 그와 같은 수익률을 내기만 한다면 20년 후에는 정말 부자가 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난 지금 당장 차를 사고 집을 사고 여유 있고 넉넉하게 살고 싶다. 내 주식이 오르는 속도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은 벌써 결혼해서 애도 낳고 집도 사고 나는 뒤처지는 것만 같다. 그들을 따라잡을 한방을 터트려서 보란 듯이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나는 한방 투자는 지양해야 할 투자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투자를 하는 태도가 도박하는 심리처럼 된다는 것이다. 주식투자한다고 무리한 대출을 받았다던지, 폭락해서 한강을 간다던지, 이혼을 한다던지 하는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얘기들은 모두 이런 도박심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을 통해 한방에 부자가 되고 싶은 너무나도 강한 욕망, 강한 결핍감은 신기하게도 실패와 연결되는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의 사례를 보면 그러하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5년 전 무렵 나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선배사원 이야기다. 그 선배는 500% 수익을 내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당시 나이가 40살쯤 되었는데 미혼에 아직 집이 없는 상태였다. 그때 버는 돈으로는 집을 사더라도 나이가 훌쩍 든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고액 연봉자도 아니고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은 채 나이가 40대 된 그는 앞으로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음에 아쉬워했다. 


당시 그의 목표는 1억을 투자해 500% 수익을 내서 서울에 있는 30평형대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은행이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나에게 그와 같은 투자법은 매우 쉬운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누구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도 충분히 가능지만 그 정도 수익률은 만족스럽지 않아 그리 하지 않을 뿐이라 했다. 그 정도로는 인생이 달라질 것이 없다며 본인은 500%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 선배는 중형차 한 대 값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며 모든 주식을 처분했다.


지금 이와 같은 실패 사례 하나를 갖고 저런 투자가 무조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정말 500% 수익을 내기도 한다. 실제로 저 선배의 지인이 그와 같은 수익을 얻었고, 그것이 그 선배의 목표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는 매우 위험한 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00% 수익을 낸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급등주를 잡겠다는 것이다. 20년 누적 수익률 500%가 아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500% 수익이라는 것은 결국 급등주를 잘 잡아서 단기간 고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케이스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런 주식을 마침 내가 급등하기 전에 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즉, 이는 아주 작은 확률에 자신의 재산을 거는 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급등하는 주식은 으레 급락할 가능성도 많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어쩌다가 이 드문 확률로 급등하는 주식을 잡아 수익을 낸 경우이다.(중형차 한 대 값을 날리고 주식시장을 떠난 선배의 사례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본인의 투자방식이 또 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래서 같은 방식의 투자를 반복한다. 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확률이란 거듭될수록 점점 작아진다는 것을 알 것이다. 즉, 연속해서 성공할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 수배에 달하는 투자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투자를 지속하다 결국 투자금을 잃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다. 진정한 실력자들 말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그런 사람일지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가 하면 10년 전쯤 프랑스계 투자은행에서 일하던 친구는 단기간 고수익률을 추구하지 않았다. 당시 퀀트트레이더로 일하고 있었던 그 친구는 통계적 분석을 통해 5% 정도의 수익률을 90% 이상의 확률로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앞의 아주 낮은 확률의 500%를 노리는 것과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친구는 레버리지를 활용했다. 수익을 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활용하는데 부담이 적었고 이를 통해 자기 자본 수익률을 극대화시켰다. 


이 친구의 조언은 그로부터 10년쯤 지난 시점의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주식계좌가 폭락한 이후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이 조언을 활용했다. 당시 고배당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한 정유주가 코로나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여 시가배당률이 10%에 근접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금리는 최저 수준으로 신용대출을 2% 이하의 이자율로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배당률 10%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높았고 대출이자는 매우 낮은 상황에서 나는 생애 최초로 신용대출을 받았다. 사실 이자와 배당의 차익만 벌어도 고맙겠다고 생각한 상황이었지만 이후 주가도 크게 올라서 코로나 이후 계좌를 복원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얼핏 지금 하는 얘기가 레버리지 투자를 강조하는 것처럼 들릴 것 같다. 하지만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레버리지 활용을 통한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안정적 수익 추구'가 바로 내가 지향하는 바임을 밝히는 바이다. 급등하는 주식을 잡아서 한순간에 일확천금을 버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잃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면 이는 보다 현실적이고 정신건강에도 이롭고 꾸준히 투자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주식투자를 하는 태도와 습관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꾸준히 돈이 쌓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어쩌다 한번 운 좋게 한탕하기만을 바라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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