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고집, 딸의 죄책감
오늘의 공기는 묘하게 무겁다. 마치 걱정이 분진처럼 떠다니는 것 같다. 습관적으로 눈을 뜨고 출근을 서둘렀지만, 머릿속은 온통 3층 병실에 누워계신 엄마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차례로 현관을 나설 때도, 강의 서류를 챙기면서도, 나는 이 병간호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딸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강의 장소가 병원에서 멀지 않아 잠깐이라도 들를 생각에 종종걸음으로 콜택시를 탔다. 한숨이 나오기 전에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 밤새 무슨 일이 없었는지 엉킨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차가운 병원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갔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간호사실 쪽으로 눈길이 쏠릴 때마다 괜히 숨을 죽였다.
평소에도 불면증에 시달렸던 엄마는 쪽잠을 자고 일찍 눈을 뜨셨다. 힘없는 목소리가 병실 안 공기를 채웠다. “왔나?” “바로 출근하지 왜 왔니?”라는 말속에는 은근히 안심하는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일하러 가기 전에 엄마 밥 먹는 거 보고. 오늘은 하루 종일 일하는 날이라 걱정도 되고. 겸사겸사 왔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엄마, 간병인 두면 안 될까? 아니, 간병인 둡시다. 지난주는 내가 오래 머물렀지만, 이번 주부터는 강의가 많아 오전에 못 오는 시간이 많아요. 간호사도 간병인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나도 그 사이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요.”
말이 끝나자마자 쉼표 없이 엄마의 목소리가 울렸다. “됐다. 필요 없다. 내가 알아서 한다.” “아니, 알아서 뭘 한다는 거예요? 움직이지를 못해 휠체어를 타는데, 누가 밀어주냐고요.” “내가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아침밥이 나오기 전까지 실랑이를 벌였지만, '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엄마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일하러 가야 하는 시간은 왜 그리 빨리 오는지. “생각해 보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라는 말만 남기고 병실을 나왔다.
나는 병실을 나서는 발걸음에 달라붙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외면했다. 이 절박한 상황을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는 딸의 역할을 간호사에게라도 맡겨야 했다. 밤에 환자를 체크하러 오는 젊은 간호사에게 다가가 오늘 늦은 오후에야 병원 도착할 것 같다며 간절하게 부탁했다. "바쁘지 않으면 치료실 갈 때 모시고 가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무거운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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