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는
정말 우리나라와는 다른 말들이 많은데
"공짜 친절은 없다"
라든가
"너에게 미소 짓는 사람은 분명 이유가 있다"
"조심해야 할 사람은 잘해주는 사람이다"
같은 말들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나
"친절 향상, 고객 만족"
같은 우리나라의 믿음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
이탈리아에는 절대 공짜란 없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감정적인 것이든.
10원, 아니 1원 한 장 손해 보면 당장 거품 물고 쓰러질 사람들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내 짐을 들어 준다면 내 짐을 훔쳐갈 것이고
나에게 미소를 날린다면 나한테 수작을 부릴 생각일 것이고
친절하게 말을 건다면 바가지를 씌울 것이다.
우리가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 우리한테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자국민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탈리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슈퍼에 갔었다.
계산을 하러 줄을 서 있었는데
앞의 할머니 카트에서 뭐가 떨어질 것 같아서 잡아주려고 했는데
내가 자기 물건을 훔쳐가는 줄 알았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냈던 것이 생각난다.
수년 전 중국에 있을 때도 같은 말을 들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절대 도와 주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청년이 상해 강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물가에 가방을 두고 뛰어들었는데
나와보니 누가 금새 가방을 훔쳐갔다느니,
교통 사고를 당한 사람을 병원에 옮겨줬더니
자기 지갑은 어디 갔냐며 도둑 취급을 했다느니.
무튼 이런 문화 때문에
이탈리아는 인터넷 발달이 느린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의 정신이란 그야말로
무료로
모두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인데
이들에게 아무런 댓가없이
감정이든, 정보든, 돈이든, 시간이든
그 무엇도
그저 베푸는 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시민 단체 활동이라든지
젊은이들의 사회 운동도 거의 없다.
투표할 시간 할애하는 것이 아까운지 투표율도 낮다.
이런 반사 이익으로
정치가들은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산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더욱더 헬이 된다.
가끔
정말 그들의 이기심에 몸서리가 쳐지기도 한다.
물론 그들은 개인주의라고 하지만.
그래, 좋게 생각하자.
아무래도
여러 다른 민족이 불과 100년 전에 한 나라를 이루며 살게 되어 그런지도...
이탈리아에서 찾을 수 없는 세 가지라고 하면,
신뢰, 성실함, 주인의식.
주인의식은 없으면서
이탈리아 내에서만 통하는 근자감으로
축구할 때만 뭉치는 이탈리아 애국심도 어이없다.
더 웃긴 건,
저번에 한국 거주 이탈리아인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어이없이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살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는 것.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은 이상하게 이탈리아인에게 후하다.
축구나 피자 팬이 많아서?
아무래도 이탈리아 명품처럼 마케팅을 잘해서일지도?
어쨌든 다들 한국에 계속 붙어 살 것이다. 절대 이탈리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이탈리아인, 특히 거의 모든 청년들은
꽤 오래전부터 이탈리아를 탈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헬조선이라고 한다면
이탈리아는 헬오브헬이태리, 라고나 할까.
실제로 한국에서 워홀을 하려고 기다리는
이탈리아 젊은이들 줄이 얼마나 긴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하긴 불과 몇 년 전에
어떤 프랑스 청년이 남해쪽 어딘가에서
과일 따면서 워홀을 한다고 들었다.
정작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 변화가 이상하겠지만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고사하고
여기야 말로 60년대도 아닌데 아직도 학연 지연이 없으면
일단 면접 자체도 보기도 힘들다.
의료가 공짜이긴 하지만,
공의료 사의료가 나누어져 있어
돈 있는 사람은 사의료 기관으로 가고,
돈이 없으면 아픈 몸으로 마냥 기다려야 한다.
온갖 세금은 높고, 전세도 없다.
간단한 창업도 힘들고 어처구니 없이 사업을 닫을 때에도 돈을 내야 한다.
공무원들은 시계만 보고 일은 하지 않는다.
이런 복잡하고 느린 절차때문에 불법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것일지도.
정말 중국하고 비슷한게 많은 나라인 게
여기도 남을 속이지 못하는 사람이 바보 취급 받고
사기를 잘 치는 사람은 똑독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은행에 내 돈을 맡기면서도 이자를 받기는 커녕
내 돈을 맡아주는 댓가로 돈을 내야 한다.
월급도 한국보다 훨씬 낮다.
그러면서도 돈을 아끼거나 저축 같은 것을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탈리아를 보면,
엄아아빠 잘 만난 버릇 없는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콜로세움이나 베네치아의 수상 가옥처럼 선대들이 이루어 놓았던 것을
운 좋게 지금까지 잘도 뽑아 먹으며 딩가딩가 살고 있다.
실제로도
부모님이나 조부모가 부자가 아니면
결코 사다리 윗쪽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사회 구조가
당연시 여겨지는 나라가 이탈리아이다.
그래, 그렇다.
나는 이탈리아내에서 한국이 평가절하되고
한국 내에서 이탈리아가 평가 절상되는 작금의 사태가 상당히 고깝다.
솔직히 한국 서점에 나와 있는
2주 정도 이탈리아 여행하고 쓴 여행기 같은
감성에 젖은 이탈리아 관련 책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좀 그렇다.
오빠를 좋아하는 K드라마 팬들 같고... 뭐 그렇다.
이탈리아에 비해 내가 너무 이성적인 사람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