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1일


요코가 소개해 준 와이너리에 다녀왔다.


이탈리아가 참 우스운 게 아직도 어떤 지연 따위가 없으면

일을 하기가 힘들다.


여기 와이너리도 몇 년 전에 두 번이나 시도 했었는데

아무 답도 받지 못했던 곳.


이번에 이 생산자가 요코가 일하는 와인 회사 일로 오사카에 출장을 가게 되었고

요코가 교토 관광을 함께 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얘기를 했고

나와 이탈리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게 되었다.



우리집에서 차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

아침에 간단하게 아쉬탕가를 하고

아침을 차려 먹고

집을 나섰다.



나는 다행히 운전을 좋아해서

이런 출장이 피곤하지만은 않다.

재미있는 것은 여행은 좋아하지 않으면서 또

기차를 타거나 운전을 하거나 하는 것은 좋아한다는 것.




라구나에 위치한 독특한 이 와이너리.

나는 약속한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하였고

밖에서 차를 세워 두고 잠시 간식을 먹고(아마 아침부터 와인을 마셔야 할 것이므로)

정시에 맞춰 들어갔다.


장대한 빌라처럼

와이너리의 철제 문이 좌우로 펼쳐지며 열렸다.


좌우로 펼쳐진 물 위의 와인밭은 장관이었다.


와이너리를 가 보면 이 와인이 맛있을 지 아닐 지

단 5초면 파악이 가능하다고 감히 말해 본다.


방문객이 없는 겨울철에도 관리 및 청소가 잘 된 와이너리는

적어도 기본적으로 와인의 질이 나쁘지 않다고 확신한다.



잔잔한 자갈이 깔린 잘 정돈된 앞 마당.

다리가 짧고 몸이 단단한 작은 개가 초면인 나를 맞아준다.


세르지오씨가 안내한 테이스팅 룸에는 이미 장작불로 실내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라우나의 투명한 물과 겨울의 포토 나무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눈 쌓인 알프스.


완벽한 온도의 스키오페티노가 공기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세르지아씨의 여동생 조르지아가 미팅 중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이건,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내가 정말 애기 때, 그때도 우리가 여기 살았으니까.

그때 여기로 배들이 많이 왔다갔다 했거든요

근데 그 때 어떤 사람이 배에서 한국 국기라면서 엄청 큰 태극기를 건네주고 갔어요.

너무 이상하죠?

근데 나는 그 모양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하얀 바탕에 이렇게 검은색 막대 그리고 파랑 빨강 동그라미. 맞죠?

그걸 제 방에 벽에 항상 붙여놓았는데

지금은 어디로 간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냥 그런 신기한 일이 있었답니다."


세르지오의 딸도 인사를 하겠다며 나왔다.

악수를 하며 손을 잠깐 보게 되었는데

다 부르터 있었다.

'딸이 여기를 계속 물려 받겠구나.'



세르지오는 6월이면 새 잎이 돋아서 와이너리가 가장 예쁠 때라고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그때는 보트를 타고 라구나를 한 바퀴 돌고 맛있는 것도 먹자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근처 등산복 매장에 들러서

몇 번을 망설이던 등산 점퍼와 등산화를 샀다.

요즘에는 물건을, 특히 옷 같은 것은 별로 집에 쌓아두고 싶지 않으니까

잘 사지 않고 되도록 가지고 있는 것을 해치우려고 하는 편이라.

다행히 좋아하는 색의 점저를 발견했고,

무릎에 좋은 폭신한 등산화도 발견했다.


사람은 역시나 이성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감정에 지배당하는 생명체.

그래.





오늘의 감사:

요코라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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