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9일


올해 겨울 한국 가기가 좀 귀찮다.

뭔가 한국에 가는 것도 이제 나에게는

여행 같은 것으로 인식되는 듯.



한식 말고 이탈리아 음식이나 퍽퍽한 빵 같은 게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운동을 마치고

해질녘 시내를 걷다가

굉장히 편안한 기분을 느꼈었다.

노을에 비친 시나고가의 장미무늬 창,

금발이거나 갈색 머리의 느리게 걷는 사람들,

지저분한 강아지들,

땅콩강정 같은 돌길과 오래되고 더러운 자동차들.


그리고 순간

과일 가게 창에 비친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포가 밀려왔다.


지금의 이 배경과 전혀 장르가 맞지 않는 한 오브젝트가

떡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 줄곧 이방인으로 남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아니,

완벽하게 적응하고 싶었을지도.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걸까.



다시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발길을 재촉했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정신을 차리려고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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