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8일




오늘 아침 다시 블루크랩 5마리를 입양해 왔다.

(냠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생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운전하며 선글래스를 찾을 정도로 날이 쨍했다.


점심으로 게찜을 해 먹고

근처에 등산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게 네 마리를 알뜰하게 살 발라 먹고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고나니

지금 오후 4시고... 허리가 너무 아프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중급 이상 레스토랑에 가면

웨이터가 내 앞에서 포크와 나이프로 생선살을 발라 준다.

보통 가장 맛있는 부위인

뱃살과 눈밑살, 머릿살은 온데간데 없고

껍집도 다 벗겨서

뽀얀 등살만 깨끗하게 접시에 옮겨 준다...


'맛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스캄피 같은 가재의 경우도

사람들은 몸통만 칼과 포크로 발라먹고

집게 등은 안 먹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여기 레스토랑에서는 아직도 품위? 따위를 신경쓰기 때문일 듯.

달그락달그락 거리거나

쪽쪽 빨아 먹거나 하는 것은 좀 이상하게 보니까.



극실리주의 실용주의 프래그머티즘 한국 토종인 나는

안타까움에 속으로만 눈물을 훔친다.


누군가는 왜 타국에서 외국인 눈치를 보냐고 하지만

나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서울에서는 서울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 그렇다...



아무튼 오늘은

내 칩 식탁에서 내 법을 따라

옹골차게 게 살을 발라 먹었더니

맛은 있는데

신체적으로 좀 피곤은 하다...




예전에 오빠와 이야기를 하다가

넌 왜 돈을 버냐고 묻길래

잘먹고 잘살려고, 라고 했더니

오빠는

"너는 어지간한 부자보다는 일단 이미 잘먹고 있는 건 확실해."

라고 말했다.

"시간 없고, 또 먹을 것에 관심 없고, 귀찮고 해서 대충 먹는 사람들 많아.

넌 나보다도 잘먹고 다니고... 잘살고 있어."



나는 신경써서 장을 보고 레시피를 공부해서 요리를 하고,

그런 것들을 한 번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에게는 좋아하는 취미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되어도 아깝거나 하지 않다.

(물론 내 입맛에 맞는 내 입 속에 들어가는 음식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이나 쇼핑 같은 것을 가서 피곤한 이유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향과 성향.


그런데,

가끔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 한다.

왜? 요리가 안 피곤해? 왜? 여행을 안 좋아해? 쇼핑이 싫어?

이해 못 하는 것까지는 상관없는데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면

음... 그 때부터는 진짜 별로다.



누군가는 연애도 싫고 결혼도 싫다.

애도 싫고 개도 싫고 케이크도 싫을 수 있다.


취향은 설득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자신의 취향이나 성향 자체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어릴적 나도 그랬었고.


내 생각을 확실하게 설명하면 좀 모났다?고 생각하는 사회...라고나 할까.


자신의 취향과 성향을 모르면

어떤 멋져 보이는 것을 한다 해도

집에 오면 공허함이 밀려온다.


능동적으로 내가 선택했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타인에 의한 수동 선택이니까...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아냐면

내가 자연스럽고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을 따르면 된다...




샤넬 말고 형광색 자크뮈스를 산다 해도,

라면을 상추에 싸 먹거나,

스테이크에서 송로버섯을 빼달라고 하는 게 뭐가 어때서.




누군가는 여름 휴가에 몽골을 가고

누군가는 파리를 가고

울릉도나, 지리산을 가겠다.


가장 짜증나는 부분은

취향을 경제 레벨과 바로바로 연결시키는 사람들의 공통된 계산법이었다.


취미를 등산이나 독서라고 하면, 아... 그 정도 사는군... 하는 눈빛 같은 것.




결혼도, 출산도, 진학이나 취업도...

딱히 내 인생 책임져 주지도 않을 사람들이 주절거리는 거 별로.

밀란쿤데라의 말처럼

인생은 뭐가 낫다고 비교할 수 없다.

흘러간 인생은 되돌릴 수 없고

그러기에 같은 조건에서 다른 변수들을 대입해 비교가 불가하니까.


그럼에도 무슨 자신감으로 무려 타인의 삶을 깐에 조언해 준다고 까부는지 웃기다.

(곧 그 날인 듯... 엄청 까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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