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표가 될 것인가?
지난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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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출근했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날 저녁, 관내 식당에서 술에 취한 박세준 의원이
술잔을 오미경 의원에게 던졌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오미경 의원이 "나이도 어린 게 무슨 의장이 되기를 기대했냐"는 둥 신경을 긁어놓았다고.
다행히 오 의원이 피하면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술잔이 벽에 부딪쳐 깨지고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심지어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는 의원들이 모두 도망가버린 상태였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의원들이 종종 가던 식당이었기에
식당 주인이 의원들을 고소하지도 않았고 문제가 더 이상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당장 의회 홈페이지에는 박 의원을 제명하라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노조에서는 박 의원을 규탄하며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주요 언론사에서도 기사화되었다.
직원들 역시 하루에 최소한 한 두 번은 시민들의 항의전화를 받을 정도였다.
일이 점점 커지자 결국 그는 탈당하고 말았다.
비공식적으로 오미경 의원을 만나 따로 사과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지역언론이 인터뷰를 하러 왔을 때, 그는 자신이 술에 취해 술잔을 떨어뜨린 것일 뿐,
던진 적은 절대 없으며 그 자리에 계셨던 시민들이 놀랐다면 죄송하다고,
하지만 자신은 이미 탈당을 통해 책임을 다했다고 답변했다.
의원이 잘못하면 이를 어떻게 징계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윤리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가게 된다.
A의회는 그동안 윤리위원회가 있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심각하고 이미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공개 사과’ 정도로 대충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윤리위원회는 비공개로 운영되어 내부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윤리위원회가 징계수위 결정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열었는데
거기서 박 의원의 제명을 권고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드디어 본회의가 열리는 날, 당사자를 제외한 시의원 모두가 박세준 의원을 제명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시민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라 한 때 같은 당이었던 조영만 의원도 그를 지지해 줄 수가 없었나 보다. 그는 ‘품위 유지 위반’으로 제명되었지만 이를 잠자코 수용할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다음날, 그는 제명이라는 징계가 너무 가혹하다며
법원에 자신에 대한 징계를 무효로 해달라는 확인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박 의원은 1달만에 의회로 돌아왔고 제명되었던 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의원 급여까지 모두 정산받았다. 다시 돌아온 그에게 부끄러움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투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