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년 가까이 함께 했던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떠났다.
마음이 시원섭섭하다.
해외생활 10년째, 오고 가고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헤어짐은 매번 아쉽고, 씁쓸하다.
손 흔들며 떠나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 손 흔들며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떠날 때 나의 마음은 어떨지,
떠날 때 나의 상태는 어떨지,
떠날 때 나의 모습은 어떨지,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의 헤어짐 속에서 항상 상상했었는데,
그날이 나에겐 닥치질 않으니, 상상하기도 어렵다.
해외에 오래 살면 살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기가 어렵다.
그냥 비즈니스 관계라고 해야 할까;;;
적당히 친하고,
적당히 담소를 나누고,
적당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
그래서 해외에 사는 게 한국에 사는 것보다 더 편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이 아닌 이상,
한인들의 생활 모습은 한국보다는 여유롭다. (모두의 사정을 알 수는 없으나)
그러다 보니, 모든 게 적당히가 가능한 해외생활.
부모, 형제, 시댁, 친정, 가족이라는 무거운 관계가 아니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모두 적당하다.
같은 아파트 주민의 눈치도,
매주 주말 챙겨야 하는 경조사도,
매해 정직하게 돌아오는 명절에도,
방문 해야 할 가족이 없으니 가볍다.
떠나는 그녀를 보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는 언제쯤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을까?
남편이 말했다.
왜 꼭 새로운 곳에 가야 해?
한 집에서, 한 동네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새로운 곳에 가면 뭔가 새로울 거 같아?
다 똑같아.
항상 맞는 말만 골라하는 남편이 미웠다.
알아, 하지만, 나는 이제 이곳이 좋으면서 싫다.
이제는 충분하다 싶은데,,,
하지만, 익숙해진 곳을 떠날 용기도,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앞에 두려워
작아지는 목소리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