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이빛나
안녕 잘 있었냐?
우리 못 본 지도 벌써 일 년이구나..
예전엔 정말 지겹게 붙어 다녔는데,
혼자 다니는 게 어색할 정도였지
사람들도 너 없음 나한테 너 어디 갔냐고 했고
나없음 너한테 나 어디 갔냐고 물을 정도
였으니까
그래 이렇게 편지 쓰는 것도 어색한 거 알지?
나 호주 온 거는 알고 있으려나?
너의 성격으로 볼 때 충분히 알고 따라왔을지도...
예전엔 너한테 할 말이 참 많아서 쉬지 않고
떠들어 댔었는데 이젠 말하고 싶어도
어디 말할 데가 없어서
점점 할 말을 잊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솔직히 네가 나 귀찮게 한 거 알지?
근데 그런 것도 지금은 참 많이 그립다
항상 내 옆에 네가 있어서 난 천하무적이었는데
그래도 네가 간지 일 년째 되는 날인데 내가 너
찾아갈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해줄게 없어서 정말 미안하다 진짜야
네가 있을 때 내가 이렇게만 상냥하고
너를 소중히 만 대했다면
넌 조금 덜 힘들었겠지 난 네가 정말 편했어
그래서 그랬어
우린 참 여러 가지 추억이 많은 거 같아
솔직히 4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냈던 시간들은 마치 40년과 같은
긴 시간이었어
동감?
흠
처음에 너 가고 나 정말 많이 힘들었었다
지금에야 너한테 말하는 거지만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나 잘 울지도 않는데
맨날 눈물이 나고 세상에 갑자기 나 혼자만 남은
그런 기분이었어
내가 이제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맨날 하늘만 보고 너랑 했던 것
네가 한 행동들 떠올리면서
너를 너의 모습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퍼 울기만 했다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고 신기하게
그래서 네가 참 미웠어
왜 나만 남겨놓고 이렇게 미안함만 남겨놓고
너 없인 어떤 것도 어색하게 만들어놓고
왜 혼자 가버렸는지
아직 안 물어본 게 너무나 많았거든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넌 내 옆에 평생 있을 줄 알아서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아
유독 아플 때 심심할 때 기념일에 술 먹을 때
밥 먹을 때 날씨가 좋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네가 더 많이 생각난다
요즘은 네가 없어서 내 싸이 사진이 잘 안 바뀌어
그전엔 그만 좀 찍으라고 그래도 몰래몰래
네가 사진 다 찍어놔서
사진이 참 많았는데
지금은 애써 많이 찍을라고 그래도 나 혼자
내 사진 찍는 거는 내가 워낙 못하잖아
먹고 싶은 거 있다고 하면
같이 먹으러 가는 사람도 너였고
아플 때 챙겨주는 사람도 너였고
속 얘기 다 했던 사람도 너였고
나를 나보다 많이 알던 사람도 너였으니
난 나를 떠나보낸 것과 같았어
내년 내 생일 니 생일 아해 생일 은정이 생일에도
넌
안 오는 거지?
참 나 살 진짜 많이 찌고
머리도 엄청 길었다
네가 있었으면 미용실엔 진작 갔을 거고
자극받아서 살도 뺐을 텐데
놀릴 사람이 없어서 엄청 재미없어
너한테는 여러모로 내가 진 빚이 참 많았는데
그래서 난 정말 너한테 다 갚아줄라고 했었는데
네가 원하는 카페도 난 정말 차려줄라고 했었어
정말
아 그리고 나 스카이 다이빙하러 간다
뭘 할지 엄청 오래 고민했는데
번지 점프하려고 했었는데
엄청 알아봐도 시드니 근처에서
하기는 힘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스카이 다이빙으로 정했지
제일 가까이서 인사하고 싶었어
언제나 네가 먼저 다가왔지만 이젠
내가 가는 수밖에 엄청 횡설수설한다
더 할 말 많은데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만나면 다시 얘기하자
나도 니 생활이 무지 궁금하니까
너한테 따뜻한 말 제대로 한적 없지만
항상 내 옆에서 그림자같이 날 지켜주던
이빛나야
정말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보고 싶다
2006 9 21을 삼십 분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