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는 사회 교육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요즘 아주 잘 보고 있다.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드라마의 연출, 각 에피소드의 훌륭함, 배우들의 탁월함, 드라마 내내 깔리는 사랑스러움 등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단연 최고이다.
해당 포인트를 넘어서, 드라마 우영우가 시사하는 바만 10화까지 방영된 지금 한 번 되짚어보고자 한다.
드라마 우영우를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자고 치면, 항간에는 '사회 비판 드라마' '사회 고발 드라마' 정도로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작가/스탭/배우진의 의도는 그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되려 드라마 우영우는 '사회 교육 드라마'로 보는게 알맞을 것 같다. 작중의 언어를 빌려 쓰자면, '워워~ 드라마'이다. 넓게 보면 '우리 모두 천천히, 같이 성장해요! 드라마'이기도 하겠다.
사실 대한민국은 과열된지 오래다. 수 많은 사회적 쟁점, 정치적 논쟁, 환경 관련 담화들이 특정 방향성이나 어떤 결론으로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수년 넘게 떠돌아다니고만 있다.
이게 어느정도로 매듭지어지지 못했냐면, 내가 지금 위에 언급된 수 많은 쟁점, 논쟁, 담화에 해당하는 문장들 언급했다가 그 문장들에 이 글이 매몰될까봐 두려워 해당 문장들을 언급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지금 이 문장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금제가 아니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볼드모트가 만연하게 되었다.
사실, 사회가 복잡도가 올라갈수록 개인의 의견은 더욱 다양해지고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방향지어야할게 너무너무 많아져서 이러한 현상은 피할 수 없는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은 유독 지금의 시대적 특성(세대별 인구, 부동산)과 IT인프라가 맞물려 담화의 복잡도가 x10은 된 느낌이다. (이게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안그래도 복잡한데, 복잡한게 x10이 되어버렸으니 서로가 서로와 대화를 하기보다는 언어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백그라운드에 대해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몇 년이 지나가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거기에 최근 2년 반 가까이는 질병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IT인프라가 더 확실하게 가동되며, x10 x10이 된 느낌이다.
드라마 우영우는, 사실 각 에피소드별로 위에 언급되었던 쟁점, 논쟁, 담화에 해당되는 것들을 휙휙 던져댄다. 에피소드 자체는 둥글둥글하게 표현되었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서 근 몇년간 충분히 도마 위에 올랐던 이야기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들은 우리의 x10 x10 된 논쟁거리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들이지만, 충분히 접했던 것들이다. (아마 드라마가 과열되지 않게끔, 적당한 소재로 고른 것 같다)
기실 에피소드별 주제는 다소 시청자들을 격앙되게 만들 수 있지만, 해당 에피소드에다가 각 에피소드에 나타나는 케릭터에게만 집중하게 만드는 연출, 드라마 몰입에 더 도움을 줄 수 있게끔 한두개정도의 특징으로만 한정되는 케릭터 묘사, 메인스토리를 방해하지 않는 케릭터 간 심리적 거리 변화, 그리고 케릭터별 스토리진행을 통해 자칫 표현하기 되게 어렵고 까다로울 수 있는 각 에피소드 메인이 되는 이슈들을 너무너무 잘 희석하여 표현하고 있다. x10 x10 된것들을, 원본 A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바로 이 포인트에서 나는 드라마 우영우가 '워워~ 드라마'라고 본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수 많은 담화와 논쟁거리를 다 생각하고 해결하기에는, 인생은 너무나도 짧고 우리의 뇌에는 한계용량이 있다. 거기에 각자가 행복해야하는 시간들도 있으므로, 모든 담화를 고민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담화를 머리위에 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머리 위에 너무나도 많은 라면그릇을 이고 있다. 라면이 흘러넘칠까, 라면이 잘못될까 행동이 제약된채, 사고가 집중된채 살아가고 있다. *서영웅 작가의 굿모닝 티쳐라는 만화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우리에게 사실 필요한건, 이 담화들에 대해 방향성을 짓고, 매듭을 지어야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이 담화들이 발생하게 되는 근본 원인들에 대해 직시하고, 거기에 대해 '내가 지금 직접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게 딱 개인이 바로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게 바로 우리 삶이 직시해야하는 원본 A라고 생각한다.
그 예 또한 드라마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참여해서 논의해야할 것만 같은 사회적 쟁점, 환경적 담화에 대해 바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담화에 해당하는 진짜 사람들. 기둥 뒤에 공간있어요처럼, 담화 전에 사람있어요. 쟁점 전에 사람있어요처럼 그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해야한다. 도움이 필요한 그 사람의 진짜 삶과 이야기에 집중해야한다.
*드라마 자체가 1화에서는 이런식이 아니었는데, 회차를 갈수록 이게 더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9화 방구뽕씨와 10화 신혜영씨를 통해 우리가 진짜 봐야하는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 이 드라마가 진짜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좋은 수 많은 이유 중 +1이기도 한게, 이 드라마는 시청자를 성장시켜줄 줄 알고, 그 성장의 시간을 기다려줄줄 안다. 이런 배려있는 스토리 전개와 에피소드 배치라니!
봄날의 햇살 최수연처럼 그 사람에게 직언을 해주기도 해야하고, 이준호씨처럼 그 사람과 함께 회전문을 같이 통과해보기도 해야하며, 동 투더 그 투더 라뮈처럼 편견없이 그 사람에게 접근하고 오랜 기간을 같이 있어봐야한다. 개인적으로 최고 좋아하는 정명석 변호사처럼 도움이 필요한 그 사람에게 든든한 지지와 확실한 서포트를 해주는 것도 좋겠다. (정명석 변호사는 사회 시니어를 위한 페르소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분들은 사회 쥬니어를 위한!. 권모술수도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같은데, 이 케릭터는 메인스토리 빌드에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 아직은 잘 파악을 못하겠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서 배워야하는건, 에피소드별 진행 결과가 아니라, 원본 A라는 예시에서 등장하는 에피소드별 각 케릭터 간의 상호작용이고, 각 케릭터의 생각에 실제로 영향을 끼친 '그 무엇'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살면서 이런 논쟁/담화를 겪는 실제 사람을 만났을 때 당장 내가 해야하는 것'에 대한 배움이다.
우리는 모두 워워~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는 매몰되지 말아야한다. 그리고 드라마 우영우의 등장인물들처럼 용기있게, 실제 현상과 사람 옆에 서보기도 해야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보기도 해야한다. 쟁점과 담화에 함몰되기 전에, 용기있고 현명한 사람으로서 그 코어를 파헤쳐볼 수 있어야한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드라마를 통해 좋은 내 인생의 자세를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때로는 봄날의 햇살같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회전문에서 왈츠를 추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든든한 지지를 보내주기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늘 같은 김밥을 만들기도 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린이 해방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을 만나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하고, 편견이란 무엇인가 미리미리 고민도 해보고, 진짜 우리 삶에 필요한 바로 다음의 액션 플랜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논쟁거리와 담화에 매몰되지 말고, 내 주변 사람부터,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게 내가 무얼 해줄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스토리진행이, 내가 좋아하는 인터스텔라식 스토리 진행과도 유사해서 너무 좋다. 인터스텔라는 멸종/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당연하게도 과학을 제시하고, 터무니없게도 사랑을 제시하는데... 우리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사랑'은 절대 놓쳐서 안되는 것임을 알 수 있게해주어서 너무너무 좋았던 영화이다. 드라마 우영우도, 우리가 이렇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지만 정말정말 중요한건 사랑이라고, 계속 알려주고 일꺠워주는 것 같다.
**이준호씨랑 우영우씨랑 뽀뽀할 때 내가 진짜! 허! 참! 진짜! 소리지르면서! 봤네! 날 이렇게 만든 드라마는 너무 오랜만이다! 허!
***개인적 의견으로, 혹시 이 드라마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관심이 더 생긴 분이 있다면, 영화 '카드로 만든 집House of Cards, 1993'을 봐보기를 추천한다. 옛날 영화라 영화에 녹아든 이론이나 배경은 틀리거나 옛될수 있지만, 어머니의 아이에 대한 접근 방법과 고뇌는 충분히 같이 겪어볼만하다.
하하 더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고 넘쳐 흐르는 드라마지만, 그런건 친구들과 이야기해야 바른 주제일 것 같아, 글은 여기에서 멈춘다.
혹시 이 글이, 이상한 드라마 우영우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닿는다면, 정말로 좋은 작품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싶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