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 일기 *1

1.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by 알로

나의 우울증 일기 첫 번째,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2023년 8월 2일 초진을 보고 약 2년이 지나서야 내 자신을 뒤돌아 본다.

과연 내 우울증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그 얘기를 시작하자면 2023년이 아닌 2021년으로 시간을 돌려야 한다.


사범대생 4학년으로서 첫 임용고시를 본 뒤 4번째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2021년.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는 나의 우울은 점점 나를 침식해 갔다.

"나는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야"

"이번 시험도 떨어지고 그다음 시험도 떨어지고 그다음 시험도 떨어지면 나는 어쩌지?"

"이 좁은 방에 혼자 있기가 죽기보다 싫어"

"어떻게 죽으면 제일 깔끔할까?"

"내가 죽으면 우리 가족들은 어쩌지?"


끝없는 질문이 나를 잠식하고 병원에서 말하는 자살사고 그것만이 나를 뒤덮은 채로 나는 천천히 무너져갔다.


그리고 2022년.

스트레스가 문제였을까? 나는 기회를 얻었다.

시험을 망칠 기회.

내 생을 끝낼 기회.

난소암.

생존율이 극히 낮다는 난소암인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


슬펐다. 엄마가 울어서.

그러나 기뻤다. 자살보다는 난소암이 가족들에게 덜 상처일 것 같아서.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수술결과 난소암이 아닌 난소 종양이 터진 것이었다.

터져서 악성종양처럼 보인 것뿐이라나.


다시금 우울이 나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용기가 생겼다.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선언. 그것은 누구도 더 이상 말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맞이한 2023년.

"나는 왜 이렇게 쓸모없는 존재인가?"

"내가 살아있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야만 할까?"


계속된 질문 끝에 드디어 나는 깨달았다.

"아. 나는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구나."

지금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라는 것을 안다만 그 당시로서는 무지했다.

언덕 위의 하얀 집. 내가 가야 하는 곳이 그곳이구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나의 가족에게도. 나의 오랜 연인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난소종양수술을 한 종합병원에 마침 정신건강의학과가 있었다.

바로 병원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초진은 두 달 뒤로 잡혔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빠른 편이었던 것 같다.


다시 두 달을 버텨야했다.

F32.1 중증도 우울에피소드. 그 코드를 받기까지.


혼자 초진을 보러 병원에 갔다.

검사도 하고 면담도 하고 그때까지 이어지던 자살사고를 토로하고.

그리고 드디어 나는 나의 우울과 마주 볼 수 있었다.


F32.1 심각한 자살사고를 동반한 중증도 우울증. 그것이 내 병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