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 일기*2

2. 어떤 게 진짜 나일까

by 알로

나의 우울증 일기 두 번째, 어떤 게 진짜 나일까


2023년 8월 2일. F32.1 그 코드를 받고 난 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갔다.

당시 나는 백수였으니 시간은 널널했고 또 병증으로 인해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달까


2023년 8월 19일. 친구들을 만나 제일 먼저 내 병증을 꺼내었다.

"네가...??"

친구들의 병명은 극명했다. 그들의 MBTI에 따라서.


T는 "그래. 근데 믿기지가 않는다.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병원은 다니는 거지?"

F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내 동생도 그 병으로 고생했었어. 힘내보자"




나의 병증은 진단받은 뒤 훨씬 악화되어 갔다.

진단을 받게 되면 그 병을 인식하고 더 깊이 빠져들더라.

사람이 원래 그렇다나.


아무것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되었다.

어디에 가는 것도.

누구를 만나는 것도.

무언가를 하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아무것도.....


164cm에 49kg 마른듯한 체격의 여성은 45kg까지 살이 빠져 병든 기색이 완연한 사람이 되었다.

그즈음. 나는 내 오랜 연인에게 털어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할 말이 있어 오빠. 내 건강에 관련된 얘기야..."

그는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암은 아니지? 죽을병이 아니면 뭐든 괜찮아."

그 말에 용기를 얻었을까?

"우울증이래. 자살사고를 동반한 중증도 우울증. 그게 내 병이야."

그는 또다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괜찮아. 그건 마음의 감기 같은 거래.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속에 있는 말을 더 꺼낼 수가 없었다.

'오빠, 나는 이게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마음의 암덩어리 같아....'

더 오빠를 괴롭힐 수가 없었다.

내가 받는 벌을 그에게 나눠지자고 하기가 두려웠다.

우울증에 걸렸다고 고백하는 연인을 보는 모습은 어떨까....

절망이 나를 휩쌓았다.




그 뒤로 맞이한 추석.

나의 가장 큰 자랑이자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나의 가족들.

나의 자살사고를 막고 나를 죽음으로부터 건져내는 존재들.

그러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우울과 절망은 이미 나를 침식해 갔고 내 모습을 보이는 순간 들켜버릴 것만 같았다.

너무 무서웠다.

그들이 알아챌까 봐.

알아채서 고통스러울까 봐.

알아채서 나는 연민할까 봐.


두렵고 무서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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