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더 즐거운 척 덜 우울한 척
나의 우울증 일기 네 번째, 더 즐거운 척 덜 우울한 척
종합심리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받아 들고 나는 더 즐거운 척 덜 우울한 척 척 나를 감췄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못했던 친구들과 놀이동산 가기, 할아버지 병원 모시고 가기, 그리고 중국에 있는 나의 베스트프렌드를 만나러 떠나기 등 어떻게든 무엇이든 하려고 발버둥 쳤던 것 같다.
물론 약간의 시련도 있었다.
나를 언제나 위로해 주고 나를 지지해 주고 나의 깊은 심연에 항상 손을 내밀고 기다려준 나의 수호천사가 유럽여행을 떠나 3주간 볼 수가 없었다.
이는 나를 조금 흔들리게 했다.
그러나 곧 나는 중국으로 떠나 나의 소중한 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만났다.
며칠간 그 집에서 잠을 자기로 했는데,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가 저녁 9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돌아다닐 거예요.
그래도 너무 놀라진 마세요. 우울증이래요 제가...."
"엄마는 알리는 걸 원치 않으시니 모르는 척해주세요 아줌마."
친구만큼이나 오랜 시간 나를 봐온 아줌마의 슬프고 놀란 표정이 지금도 선연하다.
늘 밝던 내가, 모든 친구 중에 가장 수다쟁이였던 내가, 잠만보이던 내가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내가 아니다.
그 사실이 나를 뒤흔들고 있을 때 즈음, 고통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절대 잊을 수 없던 2022년 10월의 마지막날.
뇌출혈로 쓰러진 엄마. 단둘이 집에 있던 나. 119를 부르고 필요한 모든 걸 챙겼다.
집 문을 열어놓고 우렁찬 소리로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병원으로 향했을 때 우리를 기다린 건 안도가 아니고 절망이었다.
모야모야병.
특별한 이유 없이 두 개 내 내경동맥의 끝부분 즉, 전대뇌동맥과 중대뇌동맥 시작 부분에 협착이나 폐색이 보이고, 그 부근에 모야모야 혈관이라는 작은 이상 혈관이 관찰되는 것.
달리 말하자면 언제 다시 뇌출혈이 터질지 모르는 뇌를 가지고 당신은 살고 있오.
당신은 지금부터 무리한 운동을 하면 안 되고, 강한 스트레스 상황을 피해야 하며, 커피와 술도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혈압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오.
특히 날이 추워질 때를 조심하시오.
그러나 뇌출혈은 언제나 터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오.
절망이었다.
그리고 그 절망은 2023년 11월, 내가 중국에 다녀온 직후 다시 고통으로 찾아왔다.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꽤 쌀쌀한 날씨에 겉옷을 입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던 엄마는 부축으로 당하며 집으로 왔다.
말이 어눌하며 맥락에 맞지 않는 딴소리가 이어졌다.
좌뇌의 뇌출혈. 그것만이 정답이리라.
가지 않겠다 완강히 부정하던 엄마를 데리고 모야모야병 주치의가 있는 세브란스 응급실로 향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던 엄마는 응급환자가 안될 뻔했으나, 나는 빌었다.
"선생님, 저희 엄마는 모야모야병 환자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뇌출혈이 이미 있었어요.
딴소리를 계속하는데 좌뇌의 뇌출혈이 틀림없어요!"
선생님이 우리를 패스트트랙으로 넣어주셨다.
검사 결과 뇌출혈이 맞았고, 바로 중증응급환자 1번이 되었다.
아빠는 일하느라 바빴고, 동생은 공부하느라 바빴다.
병원생활은 내 차지였다.
전혀 슬프지 않았다.
새로운 사실을 알기 전까진....
병원에 입원한 엄마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고 예민하고 잠도 못 자고.
이유는 충격적 이게도 정신건강의학과 약의 임의 중단.
나만 모르던 판도라의 상자가 그때 열렸다.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공황장애.
나는 나를 탓했다.
내가 아파서 그래. 내가 우울증이라 그래.
엄마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괴로운지 한순간도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너무 미웠다.
자책이 계속되고 내 생각이 나를 괴롭게 하고 심연으로 침식해 갔다.
더는 더 즐거운 척 덜 우울한 척 하기가 힘에 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