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책리뷰 33편

by forcalmness

이년 전 주말농장을 해본 적이 있다. 생초보 농사꾼으로 아이에게 채소재배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고픈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했던 일이었다. 무슨 채소를 기를지, 얼마만큼 자주 채소밭에 갈지, 어디까지 수확할지 등 선택하는 모든 과정들이 막연했지만 재밌고 신선한 경험으로 남았다. 그곳에서 수확한 옥수수, 마주친 청개구리, 애벌레, 사마귀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히 살아있다.



신랑은 몸은 고됐지만 마음만은 편했다고 농사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표현했다. 사실 의외였다. 주말에 평일동안 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 나, 신랑 셋중에 가장 고된 일을 맡아해서 주말농장 한걸 후회만 할 줄 알았는데. 채소 기르기가 의미를 그리 느끼지 못하는 업무들과 비교해 손에 쥐는 확실한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이 신랑에겐 꽤 괜찮은 의미로 다가온 듯했다. 그 이후로 아이가 딸기를 좋아할 때, 딸기농사견적을 살펴보기도 하고 무언가를 재배하는 일을 우리가 해볼만한 일의 범주에 넣는 모습이었다. 사실 나도 근교 한옥독채여행을 갔을 때, 블루베리를 수확하는 펜션 사장님을 보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이렇게 무언가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에 대한 경험과 즐거움, 곁눈질하는 기대가 모여 <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이라는 책을 마주하게 해준 것 같다. 이책의 저자는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일에서 어떤 의미를 찾았을까 궁금했다. 이책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직접 재배하고 요리하는 삶으로 전환해 인생을 전혀 다르게 살게 된 이야기였다. 처음엔 우울증의 탈출구로서 텃밭에서 생명의 온기를 얻어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이전 직장으로 돌아갔지만 더이상 이전 직장업무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자신을 확인하고, 아예 텃밭이 일터가 되어 채소를 직접 길러 그 채소로 요리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극적인 이야기.



이렇게 극적으로 인생을 바꾼 이 사람의 도전과 용기에 무한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이 사람이 발견한 텃밭에서 채소 기르기의 의미를 글로 푼 몇마디들이 내 마음에 새겨졌다.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수확하면 "단순하고 온전한 만족감. 순수한 기쁨을 안겨주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먹거리를 스스로 생산한다는 것은 삶의 통제권을 찾는 일이다. 자신을 위한 한끼를 마련해냈다. 스스로를 먹여살렸다"는 조용한 기쁨이 스며든다. "해마다 발전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같은 모습을 되풀이한다. 그런데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냥 존재만으로 행복하고 싶었다.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존재로."



지금의 우리들에겐 그저 단순하고 확실한 수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게 순수한 기쁨을 안겨주고, 타인에게 기쁨과 영감을 줄 수도 있어 의미있는 게 바로 글이다. 그래서 계속 쓰며 살고 싶다. 이게 내 정체성이라면, 이에 견줄 만하다고 이 책에서 말하는 '텃밭에서 채소를 직접 길러 요리로 한끼를 완성하는 일'도 해보고 싶어졌다. 이젠 채소 재배법을 공부해볼 시기인가 싶다. 올해 주말농장에 다시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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