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능초보 Oct 27. 2022

“깔끔하기만 한 이야기는 대부분 거짓이겠지요.”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를 보고

“예술 논쟁의 역사” 리포트 번역•수정

 독일 예술가 Hito Steyerl의 개인전은 여러 분야의 문제를 다섯 섹션으로 나눴다. 그녀가 감독한 다양한 영상작품과 그것을 전시하는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테리어 및 설치가 용의주도하게 짜여져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렉처 비디오—「Mission Accomplited : BELANCIEGE」(2019)—로 관람자를 맞이하거나 모든 영상 전시물 앞에는 반드시 기묘한 앉는 자리—비치 체어, 참호, LED 등—가 놓인 것으로부터 관객을 예술 세계에 참여시키는 동시에 전시자와 관람자 간 보고 보이는 구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그 구도는 계속 시험 받는다. 이를테면 「SocialSim」(2020)은 능동적이고 평화로운 표상으로 종종 활용되는 댄스 행위를 데모 진압측의 것으로 전유하고, 자동화되는 테크놀로지가 작동할 법한 매커니즘을 폭로한다. “450세대가 지난 후, 소셜심즈(자기진화자동화예술)는 그 소유자를 팔아치웠다.” 이처럼 물리 공간과 데이터 공간 사이에 상호작용하는 알고리즘을 둘러싼 야생성은 「Animal Spirits」(2022)에서 멈추지 않는 욕망으로부터 발생하는 예측/이해 불능한 혼돈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런 한편, 복제를 반복하며 정보의 바다를 영영 떠도는 소위 ‘빈곤한 이미지’, 즉 ‘스크린의 추방자들’은 사회의 바깥에서부터 영향을 미친다. Steyerl의 다큐멘터리 작품은 난민, 이민자 등 독일 사회 중심부로부터 ‘추방’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The Empty Centre」(1998)에 의하면 본래 베를린 장벽이 있던 도시에는 이민자나 빈민들의 집합지였다고 한다. 그리고 장벽이 무너지자마자 정부와 기업은 그 땅을 헐값에 매수하고,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빈민들은 주거를 잃고, 통일로 인해 흥분된 민족주의는 이민자들을 쫓아낸다. 나는 여태 베를린 장벽 붕괴 사건을 통일의 염원이 낳은 평화의 상징적인 일이라고 들어왔다. 한반도의 양분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기 때문이기도 한 교육이지만, 그러한 상징성 및 공동성 사이에 일어나는 ‘진짜’ 일을 우리는 알 턱이 없다. 반대로 「November」(2004)에서는 쿠르드 족 난민을 지지하는 데모 행렬에 참여하면서도 그 내부에서 발생한 범죄 행위와 작가 자신이 표하는 정의감의 이중성을 스스로 폭로하며, 진실이라는 개념의 허술함을 다룬다.

이게 진짜가 아니라면, 무엇이 진짜인지 보여달라.” 「가난한 이미지를 변호하며」에서 작가는 이와 같이 말한다. 조지환 비평가는 소음은 우리의 일상적 질서가 어떻게 우리를 통제하는 데에 실패하게 되는가를 이해하게 해줄  있고필연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된다고 언급하며,  소음은 끔찍할 때에만 급진적일  있을 것이다. 소음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방해하고, 파기하고, 무력화할  있을 때에만 소음은 급진성을 지닐 이라고 기술한다. 그것이 전시 사이사이에 관람자를 괴롭게  어둠( 번이나 전시실 벽에 부딪혔다) 노이즈, 글리치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납득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냉전기 세계 재편에 의한 동아시아 역사 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