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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말해연 May 05. 2023

상대방의 말에 기분이 나쁘다면

아르바이트하며, 아침에 108배하는 29살

#5월5일 금요일 (108배 33일째)

요 근래 자고 일어나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고, 두통이 심하고, 열이 나고, 피부가 심히 건조하고, 중이염이 계속되고, 복부 팽만감이 계속해서 있고, 장이 꼬인 듯 아팠는데 그 원인을 찾았다. 매 끼니 먹고 있던 김치가 상해서 식중독 증상들이 몸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김치 냄새가 이상해서 괜찮은 거 맞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맛은 괜찮아서 계속 먹고 있었는데, 남자친구는 평소에 잘 먹지 않다가 어제 먹고는 완전 배탈이 났고 덕분에 김치가 상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잠을 얼마 자지 못하는 것과 108배를 하는 것에 몸이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해서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기상했다. 원인은 찾았지만 아마 괜찮아지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일어나서 108배를 했고, 기도문은 며칠 째 ‘괴로워하지 않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길입니다. 그것은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나를 위한 것입니다.’를 외우고 있다. 그 이유는 이와 같은 말을 되뇌고, 마음가짐을 이와 같이 함으로써 괴로움에 휩싸이지 않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어제 김치가 상한 것을 알았을 때 남자친구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 이유는 처음에 그 김치를 꺼냈을 때 내가 냄새가 무척 이상하다고 먹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한 입 먹어보더니 맛은 괜찮고 맛있다고 해서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계속 먹은 잘못이 있기 때문에 남자친구 탓을 하진 않았지만 그 후 남자친구가 하는 말들이 나를 괴롭게 하려 했다. 남자친구는 유튜브에 요리 영상을 올리는데 이번에 장어덮밥을 배우러 다녀와서는 배운 대로 장어덮밥 재료들을 모두 준비했고, 어제 내가 아르바이트에 가서 먹을 저녁 도시락으로 장어덮밥을 싸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식중독 증상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나가서 약을 사다 줘서 약을 먹었는데도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남자친구는 “괜찮아? 어떡해… 도시락 싸지 말까?”라고 묻는 것이다. 그 말에 속에서 괴로움이 올라오려고 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내가 아픈데 요리 생각밖에 없는 걸까.’ 그러다가 문득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지 말자는 말을 되뇌었고,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 입장에서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있다. 나한테는 지금 무엇을 먹고 먹지 않는 것, 도시락을 싸는 것 싸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데, 저 사람은 그게 중요할 수 있지. 아픈 나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약을 사다 주는 것 밖에 없고, 아픈 나를 대신해서 저녁 도시락을 싸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행동하는 거겠지. 감사할 일이다.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저 사람의 몫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꼭 안아줬다. 그랬더니 괴로움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었다.


어제 ‘말’에 대한 법륜 스님의 영상을 봤는데 핵심 내용은 이렇다. “상대가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할 때, 귀등으로 듣고 의미 부여하지 말라.”,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말습관을 고치려고 덤비지 말고, 말을 하는 순간 알아차리는 것부터 연습해라. “ 나는 타인의 말에 의미부여를 많이 하고, 말 뒤에 있을지도 모르는 저의를 늘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타인의 말을 말 그대로 담백하게 듣지 못하고, 말에 의미부여를 한다. 남자친구와 있었던 일로 예를 들면, ‘이 상황에 내가 아픈 것보다 요리하는 것이, 도시락이 더 중요한가 봐.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나 봐. 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 봐.’라고 의미부여를 한다. 물론 이 생각들 중에 사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여자친구가 아파도 아르바이트를 가겠다고 하니 도시락은 챙겨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장어덮밥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으니 그 말을 지키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사랑과 중요도와 별로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넘겨짚어서 나 자신을 괴롭게 만들면 그건 남이 나를 괴롭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괴롭게 만든 것이다. 스님은 말씀한다. 남이 당신에게 쓰레기(듣고 싶지 않은 말, 나쁜 말)를 준다면 받지 말아라. 무심코 받았다고 하더라도 얼른 버려라. 그것을 버리지 않고 계속 쥐고서는 “어떻게 나한테 이런 쓰레기를 줄 수 있냐”라고 하는 것은 누구의 문제인가. 그때부턴 당신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여기에 더해 상대가 주는 종이를 스스로 쓰레기로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처럼 부정적으로 의미부여를 해서 스스로 쓰레기를 쥐는 꼴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쓰레기를 만들고, 나에게 왜 이런 쓰레기를 주냐고 상대에게 따지면 나도, 관계도 괴로워지는 것이다. 나도 남자친구의 말을 쓰레기로 만들 뻔했고, 그 때문에 상대에게, 우리의 관계에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며칠 외운 ’괴로워하지 않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길입니다. 그것은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나를 위한 것입니다.‘가 찰나에 나를 깨닫게 했고, 다행히 약을 챙겨주고, 도시락을 챙겨준 남자친구에게 그저 고맙다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무수한 생각이 알아차림으로 그리고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을 겪느라 머리가 지끈거리고, 몇 분 되지 않는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상대방의 말에 왜 화가 나는지 생각해 보고 한 번 적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처럼 부정적인 의미부여를 하거나 저의를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상대가 정말로 선을 넘는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그 쓰레기를 받지 말자. 그리고 내 말은 어떤지도 점검해 보자. 나도 상대와 같은 말을 하진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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