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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말해연 May 19. 2023

화가 날 땐 이렇게 하자

아르바이트하며 아침에 108배하는 29살

 #5월19일 금요일 (아르바이트 8주 차/ 108배 48일째)

지난 주말 친한 대학교 후배의 청첩장을 받고자 대학교 친구들이 모였다. (나의 대학 친구들은 선후배 상관없이, 나이 상관없이 다들 친구다.) 사정이 있어 오지 못한 친구들을 빼고 총 5명이 모였는데, 그날 2차 술자리에 가서 우리 대화의 화두는 ‘감정형(F) vs 이성형(T)’의 연애‘였다. 희한하게도 그곳에 모인 친구들 중 연애를 하는 친구들은 본인이 F면 T와 연애하고 있었고, 본인이 T면 F와 연애하고 있었다. 물론 MBTI가 모든 것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꽤 재미있는 대화 주제였다.


그러다가 한 언니가 본인이 감정적인 것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맞장구를 치며 내가 요즘 쓰고 있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내가 쓰고 있는 방법은 감정이 올라올 때 ’알아차리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알아차리냐면 말로 내뱉든 속으로 말하든 내 자신에게 ’지금 화가 올라오는구나.‘, ’지금 서운함이 올라오는구나.‘, ’지금 짜증이 올라오는구나.‘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 뒤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알아차리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올라오는 감정과 표출하는 감정 사이에 넣으면 표출하는 감정이 점점 지연된다. 처음에는 알아차려도 금방 울컥하고 감정이 튀어나오는데 계속해서 내게 ’어떠한 감정이 올라오는구나. 알아차리면 되는 것이다.‘라고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말하면 감정이 표출되기 전에 제동이 걸리고 어떤 때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까지 가지 않게 된다.


나는 저 날 이후로도 마음이 요동치는 날이면 108배를 하며 ‘어떠한 감정이 올라오는구나. 알아차리면 된다.’를 외우며 절을 했고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다 오늘 청첩장 모임에서 만났던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OO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웅웅“

언니 ”나는 지금 분노를 느낀다 방법 짱이야. 나 요즘 회사에서 쓰는데 평소보다 훨씬 빨리 괜찮은 것 같아. 그걸로 평점심을 찾아. 원래 오열만 했는데 이것이 찐이야. 차게 식고 정제된 결론만 남아!!!“

내가 이 방법을 말하고 고작 6일이 지났는데 이 언니는 벌써 이렇게나 현명하게 살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법륜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원래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마음을 한 번 먹으면 쭉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마음이 본래 흔들리는 것임을 인정하고 그 마음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마음을 물끄러미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일보다는 미래를 위해 타인과 협력하는 자세로 사는 것이 좋다.” 이를 정리하면 첫 번째, 마음이 흔들리는 것임을 인정할 것. 두 번째, 흔들리는 마음을 지켜보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마음을 물끄러미 지켜볼 것. 셋째, 요동치는 마음과 분리가 되면 어떻게 하면 타인과 더 잘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


나와 언니는 둘 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람들이라 이미 요동치는 마음에는 익숙하다. 그런데 익숙한 것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늘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마음이 안정적으로 쭉 고요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이제는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을 지켜보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즉 마음과 나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후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나 함께일 때 괴로웠던 타인과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제로 함께 살아가기를 연습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내 마음에 들게, 내게 맞게 만들 수 없다.
감정과 나를 분리하고, 그 어떤 타인과도 잘 살아가는 나를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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