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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Nov 09. 2024

내가 모은 돈, 누가 쓰게 될까?


J 아주머니는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모아둔 재산도 워낙 많은 데다가, 남편은 대기업 간부로 정년 퇴직을 한 후에도 고문 일을 해주며 많은 돈을 벌어왔다. 아주머니가 남편 몰래 모아둔 비자금만 해도 수 억에 달했다. 그렇지만 아주머니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직 창창한 나이에 돌아가시게 되었고, 아주머니가 모아놓은 수 억은, 남편이 재혼한 새 부인의 외제차를 뽑아주는 데 쓰이게 되었다.


K 씨는 강남을 주름잡던 고액 과외쌤이었다. 명문 여대를 나와 아이들도 다루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지만, 엄마들을 사로잡는 언변과 친화력에 K 씨를 찾는 수험생은 줄을 이었다. K 씨는 과외 수업으로 너무 바빠 번 돈을 쓸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잘 나가던 K 씨였는데, 어느 날 갑작스레 암선고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남편은 K 씨가 벌어놓은 돈을 갖고 종적을 감추었다.




L 할머니는 평생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꾸리며 살아온 천생 여자였다. 젊은 시절 L 할머니 댁에 가면 냉장고가 얼마나 잘 정리가 되어 있는지, 잡지책 광고에 나오는 냉장고 같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엎드려 손걸레질을 한다는 거실 마루는 어찌나 윤기가 좔좔 흐르며 맨질맨질한지, 슬리퍼 없이는 차마 걸어다닐 수 없는 우리집 거실과는 차원이 달랐다.


L 할머니는 지독한 구두쇠였다. 이웃은커녕 형제자매 지간에도 작은 온정을 나누는 법이 없었다. 오로지 자식들 뿐이었다.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집을 한채씩 사주었다고 자랑했다. 매달 자식들이 주는 얼마간의 용돈은 고스란히 모아서 몇년 후에는 목돈으로 만들어 손자들 용돈으로 돌려주었다.


그런데 이런 알뜰살뜰함이 독이 될 줄이야. 젊어서 걸레질을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인지 L 할머니는 나이가 들자 여기저기 관절이 고장나 잘 걷지도 못하게 되었다. 평생 구두쇠로 살아온 탓인지 교류하는 사람도 별로 없이 외롭게 살다보니 결국 치매에 걸리고 말았다. 놀라운 것은, 이미 많은 것을 물려받은 자식들마저 L 할머니를 잘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받을 것을 일찌감치 다 받아서일까?




...어떤 사람은 그 지혜와
지식과 재주를 다하여 수고하였어도
그가 얻은 것을 수고하지 아니한 자에게
그의 몫으로 넘겨 주리니
이것도 헛된 것이며 큰 악이로다
사람이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수고와 마음에 애쓰는 것이
무슨 소득이 있으랴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나니
이는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라
아, 그의 뒤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를
보게 하려고 그를 도로 데리고
올 자가 누구이랴


세상이 어수선하다. 부모님은 연로하시고, 회사는 어렵고, 아이들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인터넷은 울화를 북돋운다. 아프니까 중년인 것일까? 전도서 말씀을 찾게되는 오늘이다.


차분히 독서와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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