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메시지를 흘낏 보다가 깜짝놀랐다. 20년간 연락이 두절되었던 대학 동창이었다. 간간히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업데이트 해오던 친구에게 직접 연락이 온 것이다. 사실 며칠 전 나는 그 친구가 나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남편) 당신 왜 개꿈을 꾸고 그래...요즘 무슨 일 있어?
남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곧 안좋은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나) 어머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연락도 안되고...
(동창) 나야 잘 지냈지. 연락하는 방법은 알아보면 다 있지
(나) 어쨌든 반갑다...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동창) 남편 따라서 얼마 전에 해외 주재원 다녀왔어.
(나) 그래? 아이가 하나지?
(동창) 응, 이번에 대학갔어. 서울대 공대
(나) 그래? 와...해외 다녀와서 서울대를 갔다고? 12년 특례야?
(동창) 아냐, 해외에서 돌아와 과학고 조기졸업하고 서울대 입학했지.
뭐야...자랑질?
(동창) 너네 아이도 대학갈 때 되지 않았니?
(나) 그치, 우리애도 잘 갔어.. ㅇㅇ대 경영학과.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아이는 여러군데 대학에 합격했지만, ㅇㅇ대는 아직 합격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동창) ㅇㅇ대? 거기도 명문대잖아. 잘보냈네~ 언제 한번 만나자!
전화를 끊고나서 난 왠지 1패를 당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과학고-서울공대-해외석박사
이건 요즘 엄마들이 가장 바라마지 않는 가성비 최고의 엘리트 코스 아닌가? 대학 다닐 때부터 자기 앞가림 잘하더니만, 아이도 똑소리나게 키웠나보네...해외 다녀와서 어떻게 과학고를 보냈대?
도저히 대면해서 자랑질 들을 자신은 없어 만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말았다.
아이는 다행히 ㅇㅇ대학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수학과 밀접한 상경계열이어서 그런지, 코딩, 통계학 등 이과스러운 과목도 많이 배우고 있다.
가끔 노트북으로 그래프가 잔뜩 그려진 PPT를 보면서 아이패드를 노트 삼아 공부하는 모습을 사진찍어 보내주곤 하는데, 어찌보면 고딩때보다 더 열공하고 있는 건실한 대학생이다.
그녀의 연락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주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2% 부족한 느낌이다. 가성비 좋은 서울대가, 미국 영주권도 프리패스라는 STEM 전공이 아무래도 부럽다.
엊그제 아들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며 NFL 미식축구 프로선수였으면서 지금은 MIT 수학 교수인 분의 인터뷰를 공유해주었다.
... Do not focus on prestige
or how much and how far long
other people are in comparison to you....
That's a really unhealthy and
really unhappy place to be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미안했다.
못난 엄마를 용서해주렴.
40대 후반, 동창회는 시기상조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