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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급금의 덫

- 편의가 빚은 세금 폭탄

by allwriting

경기도 화성에서 금속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박상민 씨(가명, 58세)는 "회사 돈이나 내 돈이나 결국 같은 거"라는 생각으로 경영해 왔다. 거래처 담당자에게 명절 상품권을 건네고, 급한 인건비는 현금으로 처리했다. 증빙을 남기기 애매한 지출은 "대표 가지급으로 처리해 둬."라고 했다.

2년 뒤 결산 때 회계사가 말했다. "대표님, 가지급금이 2억 1천만 원입니다."

박 대표는 당황했다. "회사 위해서 쓴 건데 뭐가 문제입니까?"

"문제가 많습니다. 첫째, 회사는 비용 인정을 못 받아 법인세를 더 냅니다. 둘째, 대표님은 상여로 소득세를 또 내십니다. 셋째, 가지급금이 1억 원 넘으면 이자를 받은 걸로 간주해서 매년 추가 세금이 발생합니다. 지금 기준 연 4.6%, 약 천만 원입니다."

회사와 개인이 각각 세금을 내고, 거기에 인정이자까지. 세 겹의 세금 폭탄이었다.

"은행도 가지급금을 싫어합니다. 대출 심사에서 불리하죠. 그리고 상속 시 이 금액이 채권으로 평가돼서 자녀분들이 상속세를 내게 됩니다." 더 큰 문제도 있었다. "거래처 담당자에게 금품 제공은 배임수재죄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이야기를 들은 박 대표는 충격에 빠졌다.

가지급금은 왜 위험한가

가지급금은 '대표가 회사 돈을 빌려 쓴 것'으로 기록된다. 증빙 없는 지출은 모두 여기에 쌓인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쌓여 세금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문제를 정리해 보자.


법인세 증가: 비용 인정이 안 돼 회사가 세금을 더 낸다.

소득세 부과: 대표가 개인적으로 가져간 것으로 간주돼 또 세금을 낸다.

인정이자: 1억 원 초과 시 연 4.6% 이자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다.

대출 불리: 은행이 신용등급을 낮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상속세 폭탄: 대표 사망 시 가지급금이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새 가지급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한다. 모든 지출은 법인카드로 처리하고 당일 증빙을 제출한다. 대표 개인 카드는 쓰지 않는다. 거래처 금품 제공은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합법적인 방법으로 전환한다.

다음으로 쌓인 가지급금을 정리해야 한다.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급여·배당금 상계: 대표가 받을 배당금으로 가지급금을 갚는다. 가장 현실적이다.

정식 차입금 전환: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쓰고 실제로 이자를 입금한다.

현금 상환: 여유가 있다면 가장 깔끔하다.

주식 양도: 법인에 주식을 팔아 가지급금을 처리한다(배우자 증여 활용 등).

가지급금은 경영자의 '편의'가 만든 회계의 구멍이다. 그 구멍은 시간이 지날수록 법인세, 소득세, 인정이자라는 세 겹의 세금 폭탄으로 커진다.

박 대표는 즉시 정리에 나섰다. 배당금으로 일부를 상계하고, 나머지는 정식 차입금으로 전환했다. "20년 동안 편하게 경영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를 뻔했습니다. 이제는 모든 지출을 증빙으로 남깁니다."

진짜 경영은 돈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증빙 가능한 거래, 적법한 절차, 실시간 회계 관리. 이것이 가지급금의 덫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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