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이 거절한 사장님, 정부보증서로 회사 살리다
"사장님, 담보 없이는 대출이 어렵습니다."
은행 창구 직원의 말에 김 대표는 억장이 무너졌다. 창고에는 납품을 기다리는 반제품이 쌓여 있고, 거래처 납기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직원 월급날도 겹쳤다. 손에 쥔 통장 잔액은 32만 원.
"나는 돈을 빌려서 회사를 살리려는 건데…"
그날 저녁, 거래처 사장이 조심스레 말했다.
"요즘 정부 보증서 대출이라는 게 있어서 담보 없어도 된데?"
김 대표는 반신반의했지만, 그 말이 회사의 운명을 바꾸었다.
정부가 보증을 선다는 의미
많은 CEO들이 정부가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지원하는 줄로만 안다. 아니다. 정부는 은행에 대신 보증을 서주기도 한다.
"기업이 갚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대신 갚을 테니, 대출을 해주십시오."
이것이 바로 보증서의 힘이다.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은 정부가 설립한 보증 전문기관이다. 이 기관들은 기업의 재무상태, 기술력,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은 그 보증서를 근거로 대출해 준다. 즉, 담보 대신 국가가 기업의 신용을 보증하는 구조다.
보증제도의 핵심은 리스크 분담이다. 은행이 모든 위험을 떠안는 대신, 정부가 일부를 대신 부담한다. 이를 보증비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신보 보증비율이 85%라면, 기업이 상환하지 못했을 때 85%는 신보가 대신 상환하고 나머지 15%만 은행이 책임진다.
보증기관의 심사는 까다롭다. 하지만 한 번 승인되면 은행보다 훨씬 유리한 금리로 자금을 받을 수 있다. 정상 상환 실적이 쌓이면 다음 보증은 더 쉽게 받을 수 있다.
보증서의 핵심은 신뢰
김 대표는 기술보증기금의 소기업 성장 보증을 통해 1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 돈으로 밀린 원자재 대금을 갚고 납품을 마칠 수 있었다. 세 달 뒤, 거래처 두 곳을 다시 확보했다.
"그동안 나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나를 믿어줄 곳이 없었던 거예요."
그의 말은 보증제도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보증은 단순한 자금이 아니라 신뢰의 증명서다. 정부가 기업을 보증하는 순간, 은행은 문을 열고 시장은 다시 기회를 준다.
그 믿음은 아무나 얻을 수 없다. 꾸준한 세금 납부, 투명한 경영, 그리고 성실한 사업 경력이 쌓여야 한다.
정책자금의 문은 닫혀 있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그 문은 신뢰라는 열쇠로 언제든 열 수 있다. 김 대표처럼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한 기업에게 정부는 그 열쇠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