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 2009년 9월

by allwriting

아소산에서 헤어진 유미와 원석은 일본 땅에 첫발을 내디딘 시모노세키에서 다시 만났다. 짧은 시간 헤어져 있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반가움에 가슴이 뭉클했다.

“좋았겠네. 이곳저곳 마음 편하게 구경하러 다니고. 별일은 없었어?”

“좋았지. 예쁜 여자들도 마음껏 보고. 그래도 네가 옆에 없으니 심심하더라.”

둘은 마주 보고 웃었다.

미행을 따돌린 원석은 이후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아이피 주소지를 찾아다니며 연오랑을 추적했지만 실오라기 같은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유미는 신영지를 만나 전화번호를 알려준 일과 정체불명의 여자가 전화를 걸어와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이야기했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원석이 반색하며 물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나도 같이 갈게.”

“아니야. 혼자 갈 거야. 전화하는 태도가 몹시 조심스러웠어. 남자와 같이 가면 의심하고 피할지도 몰라. 원석 씨는 얼굴도 험상궂게 생겼잖아.”

“험상궂게 생겼다는 말은 태어나 처음 들어본다. 남자답게 생겼다. 지적으로 보인다는 말은 들었어도.”

흥분해서 반박하는 원석을 본 유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미행이 있을까 걱정돼서 그래. 이번에도 다른 방향으로 가서 혹시 있을지 모를 미행자를 따돌려 줘.”

“혼자서 위험하지 않겠어?”

자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유미는 오랜만에 사람에 대한 정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갔다. 원석은 나가사키로 유미는 히로시마로 갔다. 두 곳 모두 핵폭탄이 떨어진 도시였다.

참혹한 일이 있었던 장소인데도 여전히 햇빛은 투명했고 관광객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꽃은 화사하게 피었고 강물은 무심히 흘렀다. 유미는 자기가 보고 있는 세상이 오히려 거짓 같았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약속 장소인 어린이 동상 옆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침착하자 다짐했지만 두근거리는 가슴까지 어쩔 수 없었다.

“한국에서 온 정유미 씨인가요?”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정유미입니다.”

“모르는 사람처럼 제 뒤를 따라오세요.” 반가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는 유미에게 젊은 여자가 돌아서며 말했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끼고 큰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유미는 거리를 두고 뒤를 따라갔다. 여자가 원폭돔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차 문을 열더니 유미에게 타라는 신호를 보냈다. 타자마자 차가 출발했다. 차에서도 여자는 말이 없었다. 빠르게 달리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급하게 유턴했다. 미행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저는 서연오라고 합니다.”

이름을 듣는 순간 유미는 놀랐다. 예측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정말 서 시인의 딸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뵙자마자 이런 질문을 해서 죄송한데 그쪽 신분을 확실히 알고 싶습니다.”

“저는 김민철 교수님 제자 정유미라고 합니다. 오영미 사장님 부탁을 받아 서리하 시인을 찾고 있습니다.”

유미가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잠시 쉬었다 가요.” 산 정상 주차장에 차를 세운 연오가 차에서 내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어머니는 잘 계시나요?”

“네. 건강하게 잘 계십니다.”

대화하면서도 연오는 이리로 올라오는 산길을 주시했다. 여기서는 산길이 한눈에 보였다. 다행히 다른 차는 보이지 않았다.

“3년 전 아버지를 찾아 일본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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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영업교육센터장/ IGM 강사, 마케팅본부장/ 13권의 책 출간/회사 문서, 자서전 등 글쓰기 강의/ 세일즈, 마케팅, 협상 강의(문의: hohot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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