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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반컬티스트 Jul 26. 2018

한남동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사운즈한남'

카카오 조수용 공동대표가 제안하는 새로운 도심 라이프스타일

한남동에 인스타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운즈 한남'을 다녀왔습니다. 공간 오픈은 지난 4월에 했지만, 얼마 전 사운즈 한남의 앵커 스토어인 '스틸북스' 서점이 오픈했다고 하여 부랴부랴 찾아갔습니다.


아무렇게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예쁘게 나오는 곳, 사운즈 한남
사운즈한남, 출처=http://www.project-sounds.com/#gallery


직접 가서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보니, 왜 인스타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어디를 찍어도,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멋지게 나옵니다. 그만큼 공간 디자인을 잘했다는 뜻이겠죠.


사운즈 한남은 JOH 조수용 대표의 프로젝트로 주거, 오피스, 리테일이 어우러진 도심 복합 공간입니다. JOH는 메거진B와 메거진F를 발간하는 회사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그들만의 관점이 깃든 사운즈 한남으로 '새로운 도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어떤 라이프스타일일까요? 제가 가서 느낀 건 '저층부의 조그마한 건물들과 이들을 잇는 골목길이 있고, 1층 중간중간에는 리테일 상점들이 위치한 동네'였습니다. 사운즈 한남은 작은 건물들이 여러 개 배치가 되어 있고, 이로 인해 생긴 골목길들이 많았으며,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공간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건물들 중앙에 위치한 오픈스페이스에는 계단을 많이 활용했더라구요.





위 사진을 보면, 사선으로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사운즈 한남에 있는 작은 건물들 중에 이것만 '삐뚤어져'있는데요. 여기에 스틸북스가 들어가 있습니다. 서점 입구를 찍어보니, 마치 유럽 어딘가에 있을법한 가게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스틸북스는 매거진B, 매거진F를 발간하는 JOH가 기획한 공간답게, 1층에는 매거진 B 시리즈가 벽면 책장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스틸북스는 관점이 있는 큐레이션 서점입니다. 그렇다고 책만을 큐레이션 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테마를 정해 책과 물건, 전시, 프로그램을 연결하여 소개합니다. 올해 여름 시즌의 테마는 '여행'입니다. 큐레이션 된 책과 연관성 있는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츠타야 서점'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에도 멋진 기획력이 돋보이는 서점이 생기는구나! 좋아했지만, 좀 더 자세히 둘러보니 큐레이션에 약간 아쉬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스틸북스는 층마다 주제를 달리해서 총 4층 건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 매거진, 2층 삶과 일(life/work), 3층 디자인, 4층 thinking/persons 주제로 책과 물건이 진열되어 있고, 층마다 입구 쪽에는 'Still Favorites' 코너가 있어, 주제에 해당하는 '다시 읽어도 좋을 책'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곳곳에는 '여행을 떠나면서 읽으면 좋을 작품들', '그들 각자의 여행', '그리고 음악은 문학이 되었다'로 큐레이션 된 책들이 놓여있습니다. 특히 'still favorite' 책들 안에는 책갈피 형식으로 된 종이에, 추천서가 간략하게 적혀있습니다.



이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추천서가 너무 짧고, 간혹 책의 뒷면에 나와있는 추천서와 동일한 문장이 책갈피에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왜 이 책을 큐레이션 했고, 왜 추천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우리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지 않고, 굳이 무겁게 들고 다닐 것을 예상하며 정가로 책을 구매하면서까지 오프라인 서점(특히 독립서점)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큐레이션' 때문이라고 봅니다. 서점 주인의 관점으로 책을 추천받으면 숨겨져 있던 보물을 찾는 즐거움을 느낀달까요? 또, 관심 있는 분야의 유명한 책들을(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말고) 만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왜 이 책을 추천해주는지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누가 추천해줬는지를 명시해 준다면 추천서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할 것 같습니다. 몇 군데의 독립서점은 자필로 추천서를 써주시는데, '책을 정말 읽어보고 추천해주는구나' 하며 그 정성을 느낄 수 있어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더라고요. 그런데 스틸북스의 추천서는 너무 짧거나 책 속의 문장만을 ctrl+v 해서, 큐레이터가 진짜 이 책을 읽고 추천해주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디테일한 큐레이션은 아쉬웠지만, 공간은 훌륭했습니다. 특히나 계단 너머 창문으로 보이는 이태원의 풍경이 예술입니다. 마치 '여기는 한남동이야!'라고 건물 전체가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앞에서 스틸북스가 있는 건물만 '삐뚤어져'있다고 언급했는데, 내부에 들어와 보니 그 이유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설계자는 이태원의 모습을 창문을 통해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스틸북스 공간의 핵심은 계단(+창문 너머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계단 난간의 감촉이 너무 부드럽습니다. 목재로 만들어진 난간을 손으로 쓸고 올라가며, 계단의 조명들을 바라보는데 뭔지 모를 감동을 느꼈습니다. 건축 설계하는 남자친구는 이 난간을 보더니, "기성품이 아닌 것 같다. 이 건물을 위해 만든 것 같다"라며 감탄을 하더군요. 진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계단 디자인에 공을 들인 건 확실한 듯합니다.


이 밖에도 사운즈 한남 곳곳에서는 센스 있는 디테일한 설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운즈 한남 옆 건물의 사이 공간을 설계해 쓰레기가 쌓이는 공간을 원천 봉쇄한다거나, 사운즈 한남 옆에 있는 성당이 보이도록 매스들을 배치한다거나, 사람이 지나다니는 아랫 공간은 벽돌로 위쪽 건물은 저렴한 드라이비트 마감재를 사용함으로써, 경제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외관을 연출했다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여러모로 JOH의 센스 있는 기획력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벌써부터 스틸북스의 다음 테마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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