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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반컬티스트 Sep 25. 2018

[Space] 글쓰기 좋은 카페 '바달로나'

스페이스클라우드 |  바달로나에서의 경험을 공간에 녹여내다


*이 글은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도시작가로 활동하면서 작성한 것입니다. '도시작가'는 작가들의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로,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들을 발견하고 방문하고 기록하는 일을 합니다.


카페 바달로나 입구 ⓒ 어반컬티스트


인천 경인교대입구역 인근에 '글쓰기 좋은 카페'가 있다 하여 찾아갔다. '글쓰기 좋은 카페'의 공간은 어떠한지, 카페의 어떤 요소가 글쓰기를 좋게 만드는지 궁금해서였다. 


나에게 글쓰기는 어려운 과제와 같기에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은 장소 선정으로도 이어진다. 카페에서 쓸지, 도서관에서 쓸지, 아니면 편하게 집에서 쓸지, 카페면 어느 카페로 갈지 또 선택지가 남는다. 그만큼 공간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책을 쓰기 위해, 애딘버러 성이 보이는 카페를 출근하듯 찾아가지 않았던가.


'글쓰기 좋은 카페'라는 소개글 외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문구들이 더 있었다. '독립출판 카페', '혼술하며 작업하기 좋은 카페'가 그것이었다.  


그렇게 찾아간 카페 바달로나는 생각보다 아담한 사이즈였다. 우선, 간판부터 작았다. 바달로나를 찾아가기 전, 카페 사장님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사장님은 '간판이 작아서 찾기 힘드실 수 있으니 헷갈리면 연락 주시라'라는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고 '얼마나 작길래...' 생각했는데, 실제로 작았다. 이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 중에 대다수는 이곳이 카페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것 같았다. 


카페 바달로나 외관 모습 ⓒ 어반컬티스트


바달로나의 외관은 미니멀리즘 그 자체였다. 회색 벽면에, 녹색식물이 심어진 화분 2개 그리고 출입문 하나. 그리고 출입문 옆에 'BADALONA'라고 쓰인 조그마한 나무 간판 하나가 매달려있다. 이곳이 카페임을 알려주는 싸인(Sign)은 오로지 'BADALONA'밑에 더 작은 글씨로 새겨진 'Cafe&Workshop'이었다. 


흔히 카페 하면 떠오르는 외관 이미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커다란 창문이다. 그래서 대게 카페 출입문 옆으로는 벽면 전체가 유리창문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바달로나는 창문이 없다. 회색빛 벽면에 유리로 된 출입문뿐이다. 그래서인지, '바달로나'가 다른 카페들보다는 좀 더 사적인 공간처럼 느껴졌다. 


카페 바달로나 내부 모습 ⓒ 어반컬티스트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바달로나의 내부는 차분한 공간이었다.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색감과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와 자리배치 덕분이었다. 내부의 벽면도 외관처럼 회색톤으로 칠해져 있었다. 거기에 주황색의 따뜻한 조명, 무심하게 놓여있는 액자와 책들이 보였다. 테이블은 2인용 세 개, 4인용 한 개, 총 네 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부러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시끄러운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2인용 테이블을 놓았다고 한다. 테이블은 회색천의 테이블 보로 덮여 있었고, 그 위에 있는 스탠드와 액자가 따스함을 더했다. 




스페인 문화가 있는 카페 


내부를 스윽 둘러보고 바로 메뉴를 주문하러 갔다. 이 곳 베이글이 맛있다는 후기를 미리 보았기에, 일부러 배를 허기진 상태로 만들고 온 터였다. 메뉴를 보니 스페인 향이 물씬 풍겼다. 스페인의 전통음료 오르차타, 대표 알코올 음료 샹그리아, 전통 햄 하몽(하몬)으로 만든 크림치즈 베이글이 있었다. 이 외에도 '혼술하며 작업하기 좋은 카페'라는 바달로나의 소개 문구처럼 와인, 병맥주, 칵테일, 안주(올리브, 하몽브래드 등)를 판매하고 있다. 


카페 바달로나 메뉴 ⓒ 어반컬티스트


메뉴 밑에는 조그마한 글씨로 '씨에스타'에 대한 소개 문구도 있었다. 씨에스타(Siesta)는 스페인의 낮잠시간인데, 카페 바달로나에도 오후 4~5시 1시간 동안 씨에스타 시간이 있어, 주문을 받지 않는다는 거였다. 보통은 'Breaking time'이라 하는데 여기는 씨에스타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주문을 하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카페 바달로나의 출판 사업에 대한 설명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책을 만드는 경험을 무료로 해볼 수 있는데, 사업의 목적이 인상 깊었다. 


"작가가 책을 쓰는 이유는 표현하여 보이는 것이므로 독자가 읽는 과정으로써 책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책은 관계를 지향한다. 이웃들과 함께 새로운 책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순간 이곳 주민들이 부러워졌다. 집 근처에 '출판을 위한 글쓰기 모임'이 있으면, 이웃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정을 쌓을 수 있는 터였다. 글쓰기 모임 외에도, 독서모임도 있고, 인천에 대해 글을 쓰는 모임도 있다.


카페 바달로나 메뉴 ⓒ 어반컬티스트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오르차타, 아메리카노, 하몽 크림치즈 베이글, 크림치즈 베이글. 다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오르차타 음료는 처음 먹어보았는데, 약간 달달하면서 굉장히 깔끔했다. (대게 달달하면 깔끔하기 쉽지 않은데...) 국내 음료 '아침햇살'과 비슷한 맛이지만, 훨씬 가볍고 맛있었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타이거 넛츠를 직접 갈고 짜서 오르차타를 만든다 하셨다. 하몽과 베이글에 조합은 처음 먹어 보았는데, 역시 맛있었다. 




집(House) 분위기 물씬 나는 카페 


허기진 배를 채우니, 공간을 좀 더 자세히 볼 여유가 생겼다. 이 공간은 뭐랄까... 집(House) 같은 분위기가 났다. 출입문이 있는 벽면에는 커다란 창문 대신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있어, 외부와의 소음이 좀 더 차단됐다. 그 벽면에는 대신 시계가 놓여있었는데,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카페에서 인테리어 시계를 제외하고, 정말 시간을 친절히 알려주는, 우리 집 거실에 걸어 둘 것 같은 시계를 카페에서 마주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카페 바달로나 내부 모습 ⓒ 어반컬티스트


그 옆 벽면에는 오르간이 놓여있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2-3인용 소파가 있다. 피아노와 소파가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거실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그리고 각각의 테이블 위에는 테이블 보와 스탠드, 액자가 있다. 일반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더 더욱 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졌는지 모른다.


카페 바달로나 내부 모습 ⓒ 어반컬티스트


스페인 향 물씬 나는 메뉴를 팔고 시에스타 시간이 있는 카페, 


일반적인 카페보다는 좀 더 사적인 집 같은 느낌이 나는 곳.


이 둘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카페 바달로나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모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북동쪽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의 항구 도시 바달로나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스페인 바달로나에서의 경험을 공간에 녹여내다


이 카페의 이름 '바달로나'는 실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작은 도시의 이름이다. 카페 바달로나 윤희서 사장님은 유럽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도중, 시골 같은 작은 도시 바달로나로 흘러들게 됐다. 돈이 없어서였다. 돈이 부족해 저렴한 기차를 타고 바달로나로 갔고, 돈이 부족해 에어비앤비에서 저렴한 숙소를 찾아서 갔다. 돈이 없어 우연하게 찾아간 그 숙소에서의 경험이 카페 '바달로나'를 만든 배경이 됐다.


바달로나에서 선물받은 초상화 작품과 예술가 F씨의 집 벽면에 걸려있던 비어있는 액자를 추억하여 만든 액자 ⓒ 어반컬티스트


숙소는 예술가 F 씨의 집이었는데, 작고 너저분한 집에 여러 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살았다고 한다. 집에 있는 테이블은 작업 테이블로 쓰이다, 식사 시간이 되면 테이블 보를 올려 식탁으로 사용됐다. 집구석구석에는 조각이나, 콜라주, 유화 같은 작품들이 쌓여 있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늘 흘러나왔다. 이 모두가 카페 '바달로나'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됐다. 때문에 카페 '바달로나'가 집(House)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사장님은 바달로나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웠고, 공간의 공유가 시간의 공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바달로나 사람들은 목적만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즐거움을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했고,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니, 밥도 같이 먹고, 음악도 같이 듣고, 생활을 공유했다. 사장님은 예술가 F 씨의 집에서처럼 다른 사람들과 공간과 시간의 공유를 하고 싶어서 카페 '바달로나'를 차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예술가 F 씨의 집에서는 공유의 매개체가 '예술'이었겠지만, 카페 바달로나의 매개체는 '책'이다. 그것도 '독립 책'이 중심이다. 


담뱃갑 책 ⓒ 어반컬티스트


카페 바달로나에는 다소 실험적인 독립 책들이 있다. 담뱃갑 책과 윤희서 사장님이 쓴 <우리는 더 낭만적일 수 있습니다> 책이 대표적 예이다. 언뜻 보기에 다른 담배와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담뱃갑은 '책'이다. 그 안에는 담배 개피처럼 종이가 둘둘 말려있는데, 담배와 관련된 문구들이 적혀있다. 꼭 제본된 종이만이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우리는 더 낭만적일 수 있습니다>는 구글이 번역한 내용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윤희서 사장님은 스페인 바달로나에서 만난 남성(현재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과 결혼을 하였는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서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화했기에, 번역의 과정이 곧 소통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구글 번역기를 활용한 글쓰기를 생각해 냈다. 자신이 쓴 한국어로 된 원문을 구글 번역기로 영어, 한국어로 다시 번역해 책에 담은 것이다. 


이처럼 사장님은 "어떠한 것도 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카페 바달로나는 글쓰기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한다. 더불어 하우스 같은 아늑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글쓰기를 하다, 독립출판에 관련해 궁금한 점이 생기면 물어볼 수도 있는 메리트가 있는 카페다. 


ⓒ 어반컬티스트

주      소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산동 986-11 1층

운영시간  9시 ~ 23시

공간대여  시간당 15,000원 

공간예약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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