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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령 Jul 15. 2024

나를 인정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4)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서평

그림자가 없다면 ‘완전한 나’일까?


“본체와 그림자는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맞바꾸기도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람은 역경을 뛰어넘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랍니다. 무언가를 흉내내는 일도, 무언가인 척하는 일도 때로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당신이, 당신 자신이니까요.”
“사람은 한낱 숨결에 지나지 않는 것. 한평생이래야 지나가는 그림자입니다. 인간이란 숨결처럼 덧없는 존재고, 살면서 영위하는 나날도 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어느 쪽이 현실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소설 속 고야스는 이렇게 말한다.

“본체와 그림자란 원래 표리일체입니다.”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본체와 그림자가 함께 일 때, 그것이 진정한 이다. 어느 한 쪽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는 이 이야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꿈과 기억과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도시에 대한 모티브는 하루키가 40년을 놓지 못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작가가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의식에 남아있었다고 느낀다.


나에게도 누군가를 상실했던 경험은 해소하지 못한채 내 안에 오래 남는다. 나는 항상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내 첫 소설은 친구를 상실했던 경험에 대해 썼던 이야기였다. 뿐만 아니라 직업적 이야기나 강아지, 여러가지 기억과 추억들에 대해서 쓸 때도 나는 끊임없이 상실에 대해 쓴다. 언젠가는 그게 너무 지겹다고 느껴져서 안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특히 첫 소설은 계속 묵혀두고 있는데,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깨달은 것은 사실은 그게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라서 꺼내어 쓴 것이라는 사실이다. 묵혀두고 있는 것도 잘 쓰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 나에게는 내 안의 그림자를 꺼내놓고 어루만지고, 결국에는 그것 또한 나로 인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두운 마음(그림자) 없는 이성적이고 완벽한 나는 진짜 내가 될 수 없다. 인간은 어차피 불완전한 존재. 진짜 나에게는 어둡고 무용한 마음도 있다.






**참고한 책들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문학동네, 2023.

베벌리클락, 프로이트 심리학 강의, 메이트북스, 2018

정도언, 프로이트의 의자, 지와인, 2020

로버트존슨 외, 내 그림자에게 말걸기, 가나출판사, 2020

캘빈S.홀 외, 융 심리학 입문, 문예출판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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